2008. 4. 27. 15:53 책/픽션
프란츠 카프카, 소송 (The Trial) (1925)
글에서 묘사되는 재판 과정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데 주인공은 자신이 무슨 죄목으로 기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죄목이 뭔지도 모르고, 열람할 수 있는 파일도 없고, 기록으로 남겨진 판례도 없으니 도대체 변호하기 난해하기 그지 없다. 구체적인 죄명이 뭔지 모르니 변호사가 하는 일은 기소된 죄목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다. 변호사 이 외에도 주인공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만 그들이 하는 일도 개인적인 관계를 이용해서 주인공의 케이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뭐 이렇게 말도 안되는 재판 과정이 다 있나 싶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떠오른 건 관타나모 베이에 갇혀있는 수감자들이었다. 예전에 읽은 신문기사들에 따르면 먼저 수감자들이 체포되는 과정부터 문제가 많다. 세계 각지에서 테러리스트라고 체포되고 미국으로 넘겨져 관타나모 베이에 수감된 이들 중 많은 이들은 테러와는 관계없고 현상금에 눈먼 이들에 의해, 혹은 정적에 의해미군으로 넘겨진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관타나모 베이에 수감된 사람들은 자신의 죄목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간청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러한 정보는 기밀 정보이기 때문에 자세한 건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 뿐이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걸린건지 알아야 반박을 하거나 인정을 할텐데 그 핵심적인 걸 알려주지 않으니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저 기약 없이 관타나모 베이에 계속 수감되어 있다. 카프카의 소설에서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재판 과정은 의외로 현실과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그의 소설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현실과 닮았는데 그것은 이 재판 과정이 지극히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외부인들은 도무지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재판정 내부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만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대대로 판사들의 초상화를 그려왔다는 화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투명성이 결여된 정부 시스템은 실제로 지금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카프카가 그리는 세계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그의 소설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현실과 닮았는데 그것은 이 재판 과정이 지극히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외부인들은 도무지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재판정 내부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만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대대로 판사들의 초상화를 그려왔다는 화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투명성이 결여된 정부 시스템은 실제로 지금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카프카가 그리는 세계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