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성들이 왜 협상을 꺼리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그리고 여성들이 어떻게 더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어떻게 여성들이 성공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는가 팁을 제시하기보다는 왜 이런 문제가 존재하는가에 더 방점을 맞추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self-help보다는 사회학 서적에 더 가까운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위해 미국 각지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수 많은 여성들을 인터뷰한 결과와 각종 심리학 사회학 연구 분야의 성과를 기반으로 이 책을 서술하였기 때문에 이 책의 논지는 꽤 설득력이 있다. '어떻게' 보다는 '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왜 내가 협상을 시작하고 이끌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는지 그 심리적 기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 테크닉을 설명하는 책보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분석 - 왜 여성은 남성보다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가 - 이 인종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요 초점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도 이 부분을 살짝 언급하고 지나가는데 가령 사람들이 협상을 시작할 때 여성에게 더 많은 양보를 기대하고 여성을 상대할 때 더 공격적으로 협상을 한다는 연구 결과는 흑인에게도 적용된다는 결과가 이 책에 인용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당시 우리 회사는 임금 차별 소송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고객은 자신이 같은 직급의 백인 동료보다 거의 1/3 정도의 임금 (연봉 + 보너스 + 스탁 옵션) 밖에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인종차별 소송을 시작했고 우리 회사는 그를 변호했다. 기업측의 핵심 주장은 우리 고객은 그의 백인 동료보다 연봉 협상을 제대로 못했을 뿐 인종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었는데 이 두 사람과의 협상 과정에서 고용주측이 보여준 태도 - 우리 고객에게 훨씬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그의 백인 동료에게 더 많은 양보를 함 - 와 두 사람의 협상 태도의 차이 - 우리 고객의 백인 동료는 훨씬 많은 것을 요구했다 - 는 이 책의 논지와 놀랍도록 일치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케이스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회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는 이 책의 내용은 너무나 새로운 내용이라 현상을 설명하는 처음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지만 '왜'를 설명하는 중간 부분은 약간 뻔한 부분도 있고해서 (예: 사회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게 다른 역할을 기대하고 다르게 사회화시킨다) 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어떻게 사회가 변화하여야 하는지, 또 여성들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정리하는 부분은 유익했다. 중간 부분을 좀 더 압축하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여러모로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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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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