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해서는 Entitled Opinions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부활절 기념으로 스탠포드 대학 종교학 교수 Thomas Sheehan을 초대해 부활절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프로그램 호스트의 목표였으나 왠걸, 게스트는 그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채 왜 크리스챤들이 믿는 부활절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이런 파격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Sheehan 교수는 자신이 독실한 로만 카톨릭 신자라고 했다.) 그의 설명에 흥미를 느낀 나는 그의 책을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이 책이 바로 The First Coming: How the Kingdom of God Became Christianity 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의 주장은 카톨릭의 교리에 완전히 반한다. 그는 죽은 뒤 3일만에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부활절 스토리를 부인하고 삼위일체설을 부인하고 이러한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 책에서 설명한다. 그에게 예수는 Kingdom of God을 온 생애에 걸쳐 실천한 선지자였지 신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는 크리스챤이 예수의 가르침을 완전히 왜곡하고 그의 가르침에 반하는 길을 걸었다고 주장한다.

부활절: 그는 십자가형에 처해지고 사망한 예수 사후에 어떻게 부활절 스토리가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예수의 사후 부활절 스토리는 두 가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하나는 예수의 사도였던 시몬이 예수가 사후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증언이고 다른 하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예수의 빈 무덤 발견이다. 시몬의 증언의 어디에도 예수의 육체가 부활하고 물리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얘기는 없다. 실제로 예수가 시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면 그것은 영적인 차원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시몬은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빈무덤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빈 무덤 발견은 마가 복음서 16절에 처음 언급되는데 여기서도 예수의 육체가 부활했다는 언급은 없다. 빈 무덤에 있던 천사는 예수가 하늘로 올라갔고 무덤은 비어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저자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반응에 주목하는데 천사가 막달레나에게 사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라고 했음에도 그녀는 달아나서 아무에게도 자신이 전해들은 것을 전하지 않는다. 예수의 부활 소식은 믿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과 두려움만을 초래하는 것이다.

전혀 다른 별개의 이 두 스토리는 후기 복음서에 의해 부활절 스토리로 통합된다. 후기 복음서들은 마가 복음서에 온갖 이야기를 덧붙이는데 이 이야기들에서 예수는 부활한 육체로 팔레스타인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 부활의 육체적 증거를 보여주고 사도들과 먹고 마신다.

예수의 정체: 그는 예수가 선지자에서 어떻게 신적인 존재로 탈바꿈 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그는 이 과정이 3단계를 거쳤다고 설명하는데 첫번째 단계에서 크리스챤들은 하나님의 왕국이 이 땅에 재현될 때 예수가 심판자로 올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님의 왕국이 도래할 때까지 예수는 그저 하나님의 delegate일 뿐이지만 하나님의 왕국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고 믿은 초기 크리스챤들에게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예수 사후 몇 십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기다렸던 하나님의 왕국은 도래하지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자 이 시간 동안 예수의 지위는 애매하다. 그러자 크리스챤들은 예수는 미래의 심판자일 뿐 아니라 현재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아 하나님과 함께 이 땅을 다스리고 있다고 믿는다. 처음에 크리스챤은 예수가 사망하였을 때 하나님이 예수를 입적했다고 설명하지만 그 시기는 예수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순간으로 앞당겨졌다가 다시 예수 탄생 당시로 그 시기는 앞당겨진다.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스토리가 탄생.) 그렇지만 이 시기까지도 예수는 여전히 하나님이 보낸 존재로 간주된다.

이 스토리는 그 이후 전혀 다른 레벨의 스토리로 도약한다. 이 다음 단계에서 예수는 인간의 육체를 빌어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신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그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인간의 육체를 빌어 태어나고 죽음으로써 인류를 구원한다. 그리고 다시 그가 원래 있었던 하나님의 왕국으로 돌아가서 하나님과 같은 권능을 행사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러한 크리스챤의 해석이 문제가 된다고 보는건가. 그가 이해하는 예수의 가르침은 이렇다. 예수는 유대교의 묵시록적인 믿음 - 미래의 하나님의 왕국의 도래와 인류에 대한 심판 - 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왕국은 이미 도래하였다고 선언한다. 하나님의 왕국은 현재-미래에 이미 인간과 함께하고 있으며 우리가 해야할 일은 회개, 그리고 자비와 정의를 통해 하나님의 왕국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 사후 크리스챤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정반대로 묵시록적 믿음을 부활시켰고 모든 인간과 함께 하는 하나님의 왕국이 아니라 예수라는 개별적 존재를 통한 실현되는 하나님의 왕국이라는 믿음을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예수의 가르침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며 예수를 우상화한 것이다.

종교라는 현상에는 매혹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좀 힘들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은 매우 뜻깊게 다가왔다. 요즘 들어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었지만 종교적 믿음은 나의 생각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 같았는데 이런 식의 믿음도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종교가 전혀 불가능한 옵션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결국에는 내가 어떤 종교에도 귀의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류의 책을 읽으면서 내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저자의 소박하지만 굳건한 믿음은 정말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그리하여 앞으로도 꾸준히 종교학/신학을 다루는 책을 읽어볼 계획이다. 아마 그 다음에 읽을 이 분야 책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친구가 추천해준 Anthony De Mello의 책이 될 듯 싶다.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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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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