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서양사를 복수전공 했는데 아무래도 서양사하면 유럽사에 치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의 교수들도 대부분 유럽사 전공자들이었다. 그 중에 미국사 전공하신 아주 훌륭한 교수님이 한 분 계셨는데 수업 스케쥴이 계속 안 맞아서 그 분이 강의하신 미국사 수업은 결국 듣지 못하고 졸업했다. 미국사 수업도 안들은 주제에 용감하게 졸업 논문 주제를 루즈벨트 대통령 시기의 노동법으로 정했는데 4학년 때는 여러가지로 좀 바빠서 제대로 준비도 못했다. 그리하여 논문 발표 때 미국사 전공하신 교수님께 혼나서 좀 부끄럽고 민망했던 기억이 난다. 
유럽사 쪽 관련 책도 안 읽은지 좀 오래 되서 자세한 건 이제 잘 기억도 안나지만 미국사 쪽은 정말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하워드 진의 책을 읽은 정도가 다니까 미국 역사에 대한 지식은 매우 일천하다. 그래서 당분간 목표는 미국 역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처음 읽은 책이 What Hath God Wrought 였고 이번이 그 두 번째 책인 Battle Cry of Freedom 이다.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옥스퍼드 미국사 시리즈 특징은 내러티브 형식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인데 그래서 소설책 읽듯이 술술 읽힌다. 사실 글 쓰는 실력이 어느 경지에 오른 저자들의 책을 읽어 보면 소설책보다 역사책이 더 재미있는데 이 책도 그렇다.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전투 장면을 보면서, 정치적 상황의 변동을 보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저자가 이렇게 긴장감 넘치게 전투, 정치, 외교 상황을 묘사하는 것은 저자의 남북전쟁에 대한 시각과도 관계가 있다. 
그는 남부에게는 도덕적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전쟁을 계속 이끌어나갈 의지가 없어서 남부가 졌다, 라든지, 북부의 압도적인 경제력을 감안하면 남부가 지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라든지, 북부의 지도자들이 남부의 지도자들보다 리더십이 더 뛰어났다, 와 같은 설명을 거부한다. 그가 보기에 북부의 승리는 전혀 필연적이지 않았다. 남북전쟁 시기동안 일어났던 사건들 중 한 가지만 다른 결과가 나왔더라도 남부는 독립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몇 가지 군사적으로 중요했던 전투들의 경우가 그렇고 링컨이 재선에 실패하고 평화 협상을 주장했던 민주당이 대신 정권을 잡았다면 결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렇게 하나 하나의 사건들이 중요했으니 전쟁 기간 동안 일어났던 사건들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책에 대한 뉴욕 타임즈의 리뷰를 보면 남북전쟁은 미국사 중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시기라고 한다. 그럴만도 하구나, 싶은게 현재의 미국을 염두에 두고 이 남북전쟁 시기를 다룬 책을 읽으면 기분이 묘하다. 예를 들어 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미국에서 가장 궁핍한 주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남북전쟁 발발하기 이전부터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남부의 중요한 주 중 하나였다. 미 합중국에서 처음 분리를 선언하고 다른 주들을 선동한 것이 바로 사우스 캐롤라이나였다. 이 책의 후반부로 가면 'South Carolina must be destroyed'라는 챕터가 있는데 북부군이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들어갔을 때 많은 북부 병사들은 분리를 제일 먼저 주창한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래서 전쟁의 막바지에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북부군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그것이 영구적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웨스트 버지니아의 경우도 재미있다. 나는 항상 왜 웨스트 버지니아 주가 따로 있을까 궁금해 했는데 그 해답을 이 책을 통해서 얻었다. 남부주들이 분리 독립을 선언했을 때 남부주들의 선두주자 격인 버지니아 역시 분리 선언을 했는데 노예 소유주도 별로 없고 리치몬드와도 그리 가깝게 느끼지 않은 셰난도 계곡 근방의 사람들은 연방으로부터의 분리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북부의 지원을 받아 웨스트 버지니아라는 이름으로 연방에 다시 가입하게 된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남부에 더 호의적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남부군을 지원하게 된다. 지형지세를 이용해 남부군은 게릴라 작전을 펼치고 이에 호되게 당한 북부군은 이 지역을 아주 초토화시킨다. 원래 이 지역이 그렇게 부유한 동네는 아니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러한 파괴 행위들이 현재의 빈곤한 웨스트 버지니아 경제에 상당 부분 기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 개별 주들 뿐만 아니라 남부 전체가 남북전쟁 이후 그 이전의 지위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했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남부의 경제는 몰락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미국의 정치 경제의 중심은 북쪽에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본다면 비록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인들의 가치관까지는 옹호하지 못하더라도 선조들이 남북전쟁에 참여했을 남부인들에게 남북전쟁은 여전히 현재적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발견한 책이 Confederates in the attic: dispatches from the unfinished civil war이라는 책이다. 차마 남부가 고향인 친구들한테 물어보긴 좀 민감한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쓴 저자 덕에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도 다음에 읽을 책 리스트에 올라갔다. 
Posted by Adella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인데 기대했던 것만큼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책은 얇은데 (150 페이지 정도) 더 자세히 설명하면 더 좋았을 법한 부분은 너무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고 어떤 부분들은 책 전반에 걸쳐 계속 반복되었다. 소로스의 철학적 패러다임, 현 상황에 대한 진단, 자신의 투자 전략, 정책 조언, 자신의 자선 단체가 하는 일 등이 책에서 뒤섞여 있어서 각각 신문의 칼럼에는 적합할지 모르나 책으로는 좀 부적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책 전반은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이 만든 새로운 패러다임인 Reflexivity에 대한 설명에 할애되어 있는데 그에 따르면 기존의 경제학 이론들은 금융 시장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그는 시장이 자가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따라서 결국에는 금융 시장도 균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 근본주의자들의 주장에 의문을 표하면서 자신의 이론 reflexivity를 들고 나온다. 그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는 시장 상황을 이해하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cognitive function) 그 상황을 조작하려고도 하기 때문에 (manipulative function) 시장이 알아서 균형점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시장에 대한 믿음이 결국은 금융시장 규제 완화로 이어져왔고 결국은 이런 파국을 불러 일으켰다. 따라서 이제 equibrium theory에 대한 신봉을 버리고 자신의 패러다임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기본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는 알겠으나 자신의 생각이 혁신적인 패러다임이라는 그의 주장에는 의문이 간다. 대학교에서 기본적인 경제학 수업 몇 가지 밖에 듣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설마 그 많은 경제학자들이 저런 단순한 이론에 기대어 금융 시장을 설명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의 주장이 현 미국 정부 측의 경제적 패러다임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면 수긍이 가겠지만. (그런데 그의 설명을 보면 그는 정말 자신의 이론이 혁신적인 패러다임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책 후반부로 들어가면 현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그의 진단이 들어간다. 그는 수퍼 버블이라는 가설을 통해 20세기 후반부의 버블을 설명하려 하는데 그는 수퍼 버블의 정체를 신용 확대 (credit expansion), 금융 시장의 국제화, 그리고 규제 완화로 설명한다. 대충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이것 역시 시장근본주의에 대한 비판인데 20세기 전반과 달리 신용이 엄청나게 확장하고, 다양한 금융 상품이 개발되고, 각국의 금융 시장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금융 시장이 복잡하게 되어 더 섬세한 위험 관리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80년대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가 감독 관리 기능을 거의 시장에 맡기게 되면서 금융 시장이 완전히 통제 밖으로 벗어나게 되었다. 그는 특히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새로운 금융 상품들을 별 규제 없이 허용해준 정부를 비판하는데 정부는 자체적으로 새로운 금융 상품들의 리스크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개발한 금융 기관들의 리스크 평가를 믿고 그러한 상품들을 허용해주었다. 그 결과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지 못하는 상품들이 시장에서 거래되었고 이러한 금융 기관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이제 이번 위기를 통해 이 상품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드러나게 되었지만 이미 상황은 너무 늦어버렸다. 그는 금융시장의 일부분만이 아닌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으며 현 시스템의 근본을 흔들고 있는 이번 위기가 이전 위기들과는 성격을 달리하며 그가 수퍼 버블이라고 설명한 시기가 이제 끝을 맺고 있으며 그는 이제 새로운 시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발 금융 시장의 위기는 전세계적 공황으로 확장될 것인가. 그는 아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근거로 그는 인도와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 오일과 원자재 생산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든다. 또 그는 미국이나 다른 서방 국가들의 보호주의 경향을 막기 위해 중국이 위완화 평가 절상을 이행하게 될 것인데 이것은 미국 내 소비재 가격 인상을 불러 일으켜 미국 경제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그는 예측한다. 또한 미국 달러는 이전 만큼의 위력을 잃을 것이며 결국 이번 위기를 통해 세계 정치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한다. (솔직히 나는 학부 때 경제학과 수업을 들으면서도 화폐 시장과 환율에 대한 설명은 한번도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고 지금도 여전히 잘 이해는 안되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그런가보다 하면서 그냥 읽어나갔다.) 

책 후반부에 대해 아쉬운 점이라면 금융 시장의 오랜 참가자로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하는 부분은 너무 간략하게 한문장으로 요약해버려서 기본 지식이 부족한 나 같은 독자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긴지 감을 잡기 힘들고 그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reflexivity에 대한 설명에 책 전반주를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과 후반부의 실제 예는 그렇게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앞부분의 이론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그 이론이 얼마나 새로운 것인가는 차치하더라도 그가 그 이론을 현실 금융 시장에 얼마나 잘 적용해서 보여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기대했는데 그의 설명은 그다지 기대에 못미쳤다. 시장 참가자들의 manipulative function에 대해 강조한만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장 참가자들의 행동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부분을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설명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그의 설명은 또 다른 이론인 수퍼 버블 이론과 거시적이고 피상적인 설명에 그친다. 

소로스가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비판자 중 하나라는 건 비밀도 아닌데 그래서 마지막 정첵 제안 부문에서 그는 자신의 정책을 제안하면서 부시 행정부는 현 위기를 이해도 못하고 제대로 위기 관리도 못할 것이라고 하며 다음 민주당 행정부가 현 미국 행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시장 근본주의를 배척하고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을 시행해줄 것을 기대한다. 

어쩌면 그가 이 책을 편 진정한 의도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좀 정리가 안된 책이긴 하지만 핵심은 명료하다. 부시 행정부와 시장 근본주의자들은 틀렸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하에서 정책을 집행할 새로운 행정부이다. 어쩌면 그는 그의 이론 reflexivity에 따라 이 사회의 참가자로서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끼쳐보고자 이 책을 출판한 것이 아닐까 하는 괜한 생각이 들었다. (책은 올해 5월에 출판되었다.)  
Posted by Adella
옥스퍼드 미국사 시리즈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됐는데 전 시리즈가 이 정도 퀄리티라고 하면 (그렇다고들 한다) 다 일독할 가치가 있겠다. 조만간 이 책 다음 시기인 남북전쟁을 다룬 책 Battle Cry of Freedom: The Civil War Era를 읽을 계획이다. 
이 책의 부제가 The Transformation of America라고 붙을만한게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많은 것들이 이 시기에 마무리 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양당 제도가 이 시기에 수립되었고, 여전히 미국 사회를 특징 짓는 종교적 열정이 이 시기에 폭발했으며, 노예제를 둘러싸고 남-중서부/북-동부의 분열이 이 시기에 공고해졌고, 전쟁과 구입을 통해 영토 확장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고 (미국은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텍사스, 오레곤,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등을 모두 이 시기에 획득했다), 인디언 아메리칸들을 소수인종으로 전락하게 만든 Indian Removal 정책들이 이 시기에 행해졌다. 정말 현재의 미국의 기틀이 이 시기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몰몬교가 생기고 그들이 박해를 받아 유타에 자리 잡게 된 것도 이 시기이다. 
저자는 팽창주의적이며 극도로 인종차별적인 이 시기의 미국 사회에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그는 이 시기의 미국 사회를 때로는 현미경으로 때로는 멀리서 들여다본다. 이 책은 정치, 경제, 기술 발전, 사회, 종교 등 인간 사회를 규정할 수 있는 어떤 부분도 소홀히 다루지 않아 독자들은 이 시기에 대해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현재의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특히 이 시기 미국 정치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처음에는 읽다가 좀 헷갈렸는게 이 시기의 민주당은 마치 현재의 공화당 같고 이 시기의 휘그당 (후의 공화당)은 마치 현재의 민주당 같다. 두 당 모두 엄청난 환골탈태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시기에 엄청난 영토 확장이 이루어진만큼 전쟁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가장 큰 전쟁이 멕시코 전쟁이다) 이 시기 민주당은 전쟁 옹호론자들이었고 휘그당은 전쟁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멕시코 전쟁의 진행 양상과 그를 둘러싼 폭발적인 논란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이라크 전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전쟁의 발발원인이 당시 대통령에 의해 완전히 조작되었다는 점이나, 처음에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점차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점이 그렇고 두 전쟁 모두 제국주의적이며 팽창주의적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역사는 완전히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은 없지만 비슷한 일들은 종종 반복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역사책을 읽는 것은 현 시기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이 책 역시 그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 미국 정치는 현재 한국 정치를 연상시켜서 좀 더 현재적인 관점에서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미국도 이 당시 아직 젊은 공화국이었고 한국도 아직 겨우 50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안 좋은 의미에서) 이 당시 미국 정치 시스템과 유사점을 많이 발견했다. 교훈이라면 상황이 절망적으로 보이더라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그 이후에 엄청난 사회적 손실과 재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게 그런 부분인데 저자는 미국이 이 시기에 좀 더 사회 통합적인 인물을 정치적 지도자로 뽑았더라면 남북사이의 견해 차이가 그렇게 심각하게 분열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내전을 통해 그렇게 심각한 손실을 입지 않고 점차적으로 사회를 바꿔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 시기 미국은 대체로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대통령들을 차례차례 가지게 되었고 그들은 사회를 통합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어떻게 미국은 내전을 향해 나아가게 되어갔는지 어서 다음 시기를 다룬 책이 너무 궁금하다.  

이 책은 2008년 퓰리처상 역사 부분 수상작이다.  
Posted by Adella
글에서 묘사되는 재판 과정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데 주인공은 자신이 무슨 죄목으로 기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죄목이 뭔지도 모르고, 열람할 수 있는 파일도 없고, 기록으로 남겨진 판례도 없으니 도대체 변호하기 난해하기 그지 없다. 구체적인 죄명이 뭔지 모르니 변호사가 하는 일은 기소된 죄목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다. 변호사 이 외에도 주인공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만 그들이 하는 일도 개인적인 관계를 이용해서 주인공의 케이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뭐 이렇게 말도 안되는 재판 과정이 다 있나 싶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떠오른 건 관타나모 베이에 갇혀있는 수감자들이었다. 예전에 읽은 신문기사들에 따르면 먼저 수감자들이 체포되는 과정부터 문제가 많다. 세계 각지에서 테러리스트라고 체포되고 미국으로 넘겨져 관타나모 베이에 수감된 이들 중 많은 이들은 테러와는 관계없고 현상금에 눈먼 이들에 의해, 혹은 정적에 의해미군으로 넘겨진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관타나모 베이에 수감된 사람들은 자신의 죄목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간청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러한 정보는 기밀 정보이기 때문에 자세한 건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 뿐이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걸린건지 알아야 반박을 하거나 인정을 할텐데 그 핵심적인 걸 알려주지 않으니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저 기약 없이 관타나모 베이에 계속 수감되어 있다. 카프카의 소설에서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재판 과정은 의외로 현실과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그의 소설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현실과 닮았는데 그것은 이 재판 과정이 지극히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외부인들은 도무지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재판정 내부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만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대대로 판사들의 초상화를 그려왔다는 화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투명성이 결여된 정부 시스템은 실제로 지금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카프카가 그리는 세계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Posted by Adella
읽는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Hunting and Gathering을 이제 막 다 읽었다. 정말로 책 뒷표지에 발췌된 서평에 대공감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This admirable novel makes you love life. And all your fellow human beings as well-your brothers and sisters."

마이클 커닝햄의 책을 읽고 이 책을 연달아 읽어서 그런지 두 책이 조금은 유사하다고 느꼈는데 Hunting and Gathering은 세상 끝의 사랑의 더 행복한 버전이라고나 할까. 두 책의 유사한 점을 꼽아본다면:

1. 전혀 관계 없는 세 명이 같이 살게 된다. (Jonathan, Bobby, Clare/Philibert, Franck, Camille)
2. 주인공 중 한 명이 요리사다. (Bobby/Franck)
3. 셋 다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4. 그 중 두 명이 사랑에 빠진다. (Jonathan & Clare/Franck & Camille)
5. 레스토랑을 차린다.
6. 주인공 중 한 명은 물려받은 거액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Clare/Camille)
7. 불행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사실 무엇보다도 두 책을 한 장르 아래에 묶을 수 있는 건 두 책 모두에서 주인공들은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공동체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좀 더 맞서 살아갈 수 있을만한 곳이 된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안나 가발다의 글은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경쾌하게 흘러가고, 세 명의 주인공과 조연급 인물들의 삶이 어우러져 한 편의 서사시가 된다. 인간성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이 글 전반에 흐르고 있어서 책을 덮고 나면 나의 가족, 친구, 동료, 이웃, 그리고 전혀 모르는 타인일지라도 잘 대해야 하겠다, 그것이 이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로맨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소설의 마지막 장면 (에필로그 제외하고):
Franck looked at the clock.
"Right. You've got five minutes to get it together and say one six-word sentence. That's doable, no? Go on," he teased, with false joviality. "If six is too much, I'd settle for three. But the right ones, okay? Shit! I didn't punch my ticket. Well?"
Silence.
"Never mind. I guess I'll stay a frog."

He put his big bag on his shoulder and turned his back to her.
He ran to catch up with the ticket collector.
She saw him take his ticket and wave to her.

And the Eurostar slipped between her fingers.
And she began to cry, silly girl that she was.
And all you could see was a little gray dot in the distance.

Her cell rang.
"It's me."
"I know. It tells me on the screen."
"I'm sure you're in the middle of a hyperromantic film, there. I'm sure you're all alone on the platform, like in a film, crying for your lost love in a cloud of white smoke..."
Her own smile brought tears to her eyes.
"Not-not at all," she managed to say, "I-I was just leaving the station, actually."

"Liar," said a voice behind her.

She fell into his arms and held him so so so tight.
Until she felt her skin snap.

She was crying.

All the valves opened and she blew her nose against his shirt, cried some more, letting go of twenty-seven years of solitude, of sorrow, of nasty blows to the head, crying for the cuddles she never had, her mother's madness, the paramedics on their knees on the wall-to-wall carpet, her father's absent gazes, the shit she went through, all those years without any respite, ever, the cold, the pleasure of hunger, the wrong paths taken, the self-imposed betrayals, and always that vertigo, the vertigo at the edge of the abyss and of the bottle. And the doubt, her body always in hiding, and the taste of ether and the fear of never being good enough. And Paulette too. The sweet reality of Paulette, pulverized in five and a half seconds.

Franck closed his jacket round Camille and put his chin on her head.
"There...there," he murmured softly, not knowing if he wanted to say, There, keep crying, or, There, dry your tears.

It was up to her.

Her hair was tickling him, he was covered in snot and he was insanely happy.
Insanely happy.
He smiled. For the first time in his life, he was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

*

He rubbed his chin across her scalp.
"C'mon, sweetheart. Don't worry, we'll make it. We won't do any better than anyone else but we won't do any worse, either. We'll make it, you hear? We'll make it. We've got nothing to lose, since we have nothing to begin with. C'mon. Let's go."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사랑한다고 말하길 두려워하는 Camille와의 관계에 질려서 영국으로 떠나려는 Franck에게 Camille는 자기가 Franck를 위한 레스토랑을 차려주겠다고 절박하게 제안한다. Franck는 자기는 그런 돈은 필요없다며 "네가 가지 않기를 원해"라고 말해달라며 Camille에게 애원하지만 Camille는 자신은 Franck, 자기 자신, 그리고 모든 것이 두렵다고만 말한다. 그리고 Franck는 예정했던대로 영국으로 떠나려 하고 발췌한 부분이 바로 공항에서 벌어지는 사건.)

에필로그는 그래서 그들은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는 식으로 끝난다. 어쩐지 미국 소설인 세상 끝의 사랑이 더 프랑스 소설스러운 느낌. 그렇지만 무슨 상관이랴. 때로는 이러한 해피엔딩도 필요한 법이다.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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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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