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미국사 시리즈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됐는데 전 시리즈가 이 정도 퀄리티라고 하면 (그렇다고들 한다) 다 일독할 가치가 있겠다. 조만간 이 책 다음 시기인 남북전쟁을 다룬 책 Battle Cry of Freedom: The Civil War Era를 읽을 계획이다. 
이 책의 부제가 The Transformation of America라고 붙을만한게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많은 것들이 이 시기에 마무리 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양당 제도가 이 시기에 수립되었고, 여전히 미국 사회를 특징 짓는 종교적 열정이 이 시기에 폭발했으며, 노예제를 둘러싸고 남-중서부/북-동부의 분열이 이 시기에 공고해졌고, 전쟁과 구입을 통해 영토 확장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고 (미국은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텍사스, 오레곤,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등을 모두 이 시기에 획득했다), 인디언 아메리칸들을 소수인종으로 전락하게 만든 Indian Removal 정책들이 이 시기에 행해졌다. 정말 현재의 미국의 기틀이 이 시기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몰몬교가 생기고 그들이 박해를 받아 유타에 자리 잡게 된 것도 이 시기이다. 
저자는 팽창주의적이며 극도로 인종차별적인 이 시기의 미국 사회에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그는 이 시기의 미국 사회를 때로는 현미경으로 때로는 멀리서 들여다본다. 이 책은 정치, 경제, 기술 발전, 사회, 종교 등 인간 사회를 규정할 수 있는 어떤 부분도 소홀히 다루지 않아 독자들은 이 시기에 대해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현재의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특히 이 시기 미국 정치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처음에는 읽다가 좀 헷갈렸는게 이 시기의 민주당은 마치 현재의 공화당 같고 이 시기의 휘그당 (후의 공화당)은 마치 현재의 민주당 같다. 두 당 모두 엄청난 환골탈태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시기에 엄청난 영토 확장이 이루어진만큼 전쟁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가장 큰 전쟁이 멕시코 전쟁이다) 이 시기 민주당은 전쟁 옹호론자들이었고 휘그당은 전쟁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멕시코 전쟁의 진행 양상과 그를 둘러싼 폭발적인 논란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이라크 전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전쟁의 발발원인이 당시 대통령에 의해 완전히 조작되었다는 점이나, 처음에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점차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점이 그렇고 두 전쟁 모두 제국주의적이며 팽창주의적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역사는 완전히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은 없지만 비슷한 일들은 종종 반복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역사책을 읽는 것은 현 시기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이 책 역시 그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 미국 정치는 현재 한국 정치를 연상시켜서 좀 더 현재적인 관점에서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미국도 이 당시 아직 젊은 공화국이었고 한국도 아직 겨우 50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안 좋은 의미에서) 이 당시 미국 정치 시스템과 유사점을 많이 발견했다. 교훈이라면 상황이 절망적으로 보이더라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그 이후에 엄청난 사회적 손실과 재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게 그런 부분인데 저자는 미국이 이 시기에 좀 더 사회 통합적인 인물을 정치적 지도자로 뽑았더라면 남북사이의 견해 차이가 그렇게 심각하게 분열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내전을 통해 그렇게 심각한 손실을 입지 않고 점차적으로 사회를 바꿔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 시기 미국은 대체로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대통령들을 차례차례 가지게 되었고 그들은 사회를 통합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어떻게 미국은 내전을 향해 나아가게 되어갔는지 어서 다음 시기를 다룬 책이 너무 궁금하다.  

이 책은 2008년 퓰리처상 역사 부분 수상작이다.  
Posted by Adella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가 잃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깨달았다. 그 사실 때문에 더 슬퍼졌던건지도 몰라도 읽는 내내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커트 보네거트답게 그의 글은 짐짓 유쾌함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과 사회의 모습이 유쾌하지만은 않으니 말이다. 신랄한 비판과 비극적인 슬픔과 유머가 뒤섞인 이 책에서 우리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커트 보네거트를 만날 수 있다. 보너스로 그가 자신의 저작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쉽게 손 닿는 곳에 두어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








Posted by Adella
명석한 논리로 미국의 시장주의와 민주주의 동시 수출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를 논증하는 책이다. 원제는 World on Fire: How Exporting Free Market Democracy Breeds Ethnic Hatred and Global Instability이고 저자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에이미 추아이다.

저자의 책은 그녀의 개인적 경험담으로 시작하는데 그녀는 중국계로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이민왔고 그녀의 친척들은 여전히 필리핀에서 살고 있다. 호화로운 주택에 살고 있는 부유한 그녀의 친척은 오랫동안 일해왔던 필리핀인 운전자에게 어느날 살해당한다. 그것은 단순히 도둑질을 위한 것이 아닌 오랫동안 쌓여온 모욕감이 분출한 증오범죄였다. 그녀는 이 비극적인 가족사를 시장점유 소수집단이 어떻게 현지의 가난한 다수의 증오를 사는지에 대한 실례로 보여준다. 시장점유 소수집단이란 대다수 국민들과 민족/인종이 다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집단을 가리킨다. 필리핀에서 중국인들은 바로 그러한 존재이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에는 시장점유 소수집단이 있는 국가들이 매우 많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 아프리카의 국가들, 그리고 러시아도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문제는 시장주의와 민주주의가 수출되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시장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이런 나라들에 수출되면? 결과는 파국이다. 저자는 다양한 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시장주의와 민주주의가 수출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제시한다. 먼저 시장점유 소수집단은 시장주의가 도입됨에 따라 거대한 부를 쉽게 손에 넣는다. 억만장자가 된 이들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박탈감과 그들을 향한 증오감은 폭발한다. 이러한 에너지는 설익은 민주주의와 만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분출된다. 정치가는 경제적으로 박탈당한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을 선동하여 권력을 차지하고 이들의 분노를 정당화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그 결과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르완다 학살이나 유고슬라비아 학살과 같은 것이다.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자본주의 (어떠한 부의 재분배 장치가 없는)와 민주주의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는)를 동시에, 그리고 강제적으로 이들 국가에 도입함으로써 이 나라들은 파국에 치달았다. 그래서 저자는 서구에서조차 단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와 완전한 보통선거 민주주의의 동시 도입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믿음을 비판하고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일종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국가는 이러한 박탈된 다수의 분노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부의 재분배 프로그램이든, 차별수정정책이든,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 프로그램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렇게 지극히 불평등한 경제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어떤식으로든 폭발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한국에 도입하면 어떨까. 저자가 책에서도 지적하듯 한국에는 시장점유소수집단이 없다. 좋든 나쁘든 한국에는 인종/민족적으로 이질적인 소수집단의 규모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정치적/경제적으로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는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일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흔히 양극화라고 부르는 경제적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형태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채 한국은 경제성장률에만 집착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파이가 커지면 분배가 될 것이고 그것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안이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논리는 현재에도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현재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우석훈이 <88만원 세대>에서 지적한 비정규직의 덫에 걸린 20대들이 그 중 하나이다. 고통받는 한국 사회의 병리적 특성은 이미 최근 몇 년 벌어진 사태들에서 드러나고 있다. 고통받는 대중은 영웅을 원하며 동시에 희생양을 원한다. 한국사회의 기독교를 향한 비이성적 분노는 어쩐지 저자가 지적한 시장점유 소수집단들에 대한 분노와 닮아보이기도 한다. 20대, 비정규직, 지방. 한국 사회에서 박탈당한 다수는 점차 커져가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각자 살아남아라는 잔인한 논리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믿음이 지배적일 것 같다는 생각은 앞날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Posted by Adella
수업 교재로 읽고 있는 전쟁 역사 책.
제목에서 암시하듯 전투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책이다. 아쟁쿠르(Agincourt), 워털루(Waterloo), 그리고 솜(Somme) 전투를 분석하는데 단순히 전략적인 측면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전략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일반 병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면 워털루 전투를 분석한 챕터를 보면 처음에는 각 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대략적인 그림을 제시한 후 각 군대의 속성에 따라 거기에 속한 일반 병사들이 어떤식으로 대응하고 행동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기병과 포병의 전투, 기병과 기병의 전투, 기병과 보병의 전투, 보병과 보병의 전투를 각각 나누어 설명하는데 일반병사들이 남긴 기록들을 인용하면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병사들의 모습까지 그려내는데 전장에 그대로 버려져 과다 출혈이나 탈수 증상으로 사망하는 병사들의 모습, 피로감으로 인해 시체 더미 밑에 누워 잠을 청하는 병사들의 모습들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그러니까 일반 병사의 입장에서 도대체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 답하는 책이다.

이 책은 1976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이 쪽 분야에서는 아주 유명한 책인 모양.
 
Posted by Adella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사In 3호 특집

노순동, 유신세대와 386은 폭력을 멈춰라
고동우,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
정여울, 너무 작아 세상이 깜박한 존재들
조혜경, 고용없는 성장에 신음하는 20대
우석훈, 20대 비례대표 의원 국회로 보내자
허문영, 끝없이 하강하는 무기력한 청춘들
김애란, 20대에 대한 진단은 사실이고, 진실일까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의 파급력은 일파만파로 퍼지는 듯 하다. 특히 이번 시사In의 특집 기사들은 <88만원 세대>의 연장선상에 서있는 듯하다. 책의 추가 보충 자료를 읽는 듯한 느낌.

<88만원 세대>가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이 책이 논쟁의 프레임을 새롭게 짰기 때문인 것 같다. 386세대와 유신세대들이 만든 프레임, 개혁과 보수, 혹은 민주화 세력과 그 반대 세력의 프레임에서 20대가 목소리를 낼 틈은 없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세가 약한 20대들은 저 프레임 안에서는 힘을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기 쉽상이다. 그러나 이 전선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로 옮겨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88만원 세대>는 이슈에서 소외된 20대 문제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Posted by Adella

블로그 이미지
"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Adella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