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9.15 Boston Legal 시즌 1 6

2008. 9. 15. 03:21 영상물

Boston Legal 시즌 1

Boston Legal 시즌 1의 리뷰를 적으려고 하니 자꾸 웃음만 난다. 이 드라마가 다뤘던 다채로운 주제와 캐릭터들에도 불구하고 생각나는 건 William Shatner가 Denny Crane, 하고 낮게 읖조리는 장면 뿐이니 어찌하면 좋은가. 확실히 반복은 사람들을 세뇌시키기에는 효과적인 방법인 모양이다.
이 드라마는 가상의 보스턴 로펌 Crane, Poole & Schmidt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많은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시즌 1까지 보건데 가장 중심 인물은 Denny Crane과 Alan Shore이다.
Denny Crane은 이 로펌을 설립한 세 인물 중 한 명인 변호사인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대단하다. 그가 가장 많이 한 대사는 바로 자신의 이름인데 그는 내가 바로 그 Denny Crane이단 말이다, 라는 톤으로 자신의 이름을 읊조린다. 심지어 법정에서 걸어나오는 그에게 리포터가 마이크를 갖다대도 자기 이름만 이야기하니 말 다했다.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전설적인 변호사이지만 그는 드라마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위기를 겪고 있다. 그의 지나친 자부심은 로펌의 다른 시니어 파트너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며 때로는 고객이나 판사마저 화나게 한다. 거기다 알츠하이머 진단까지 받으니 사회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위기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뛰어난 법정 변호사이며 유머러스한 인물이다. 이런 그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바로 Alan Shore이다.
Alan Shore.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James Spader가 연기하는 Alan Shore는 아주 독특한 인물인데 이 배우는 연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Alan을 연기한다. Alan은 복잡한 캐릭터이다. 그의 지나치게 솔직한 유머와 위트, 그리고 독특한 행동은 때로는 주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때로는 화나게 만든다. 일상생활에서의 그의 가벼운 언행을 보면 그는 마치 냉소적이기만 한 인물 같지만 사실 그는 인간과 세상에 대해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 신뢰와 애정이 기만 당하면 상처받기도 한다. 그는 가벼워 보이지만 진지하고 열정을 가져야 하는 순간이 언젠지 안다. 그는 종종 상대를 가리지 않고 타인을 조롱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순간, 진심으로 사랑과 염려를 표현해야 하는 순간을 안다. 이런 남자이니 탁월한 외모가 아니더라도 많은 여자들이 이 남자에게 혹하더라, 하는 드라마의 설정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거다.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이 주인공들은 매 회마다 high profile 케이스들을 담당하는데 Alan은 때로는 자신의 신념에 걸맞는 사건들을 담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사건을 담당하기도 한다. 비록 자신의 신념에 걸맞지 않고 변호하기를 거부하는 사건을 담당하더라도 그는 마치 자신의 신념이 거기에 있는 것마냥 열정에 넘치는 변호를 해낸다. 그러니 그가 변호하는 케이스가 나의 가치관에 맞지 않으면 매우 불편해진다. 저거 너무 설득력 있는거 아냐? 하고.
그래서 그런지 아마존에서 Boston Legal 리뷰를 훑어보니 어떤 리뷰어는 이 드라마가 교묘하게 보수파의 가치관을 옹호한다고 불평을 한다. 그런 리뷰가 나올만도 한게 몇 에피소드에서 어떤 의제를 제시하는 방식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이다. 예를 들어 Fox News를 검열하는 리버럴한 고등학교 교장의 케이스에서 특히 그런 점을 느꼈는데 마치 리버럴, 검열, First Amendment 침해를 동급에 놓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욱 그랬다. 이런 불편함을 느낀 에피소드가 몇몇 있긴 하지만 이 드라마를 right wing propaganda라고 매도하는 것은 부당한 것 같다. 사회적으로 핫 이슈가 되는 이슈들을 다루고 또 그 중 몇 몇 이슈에서는 주인공들이 보수적인 세력의 가치관을 피력하는데 James Spader가 워낙 연기를 잘하니 그가 하는 말이 너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서 그런 불편한 감정을 자아내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드라마에서 Alan은 인권을 옹호하는 민주당 지지자로 나오고 그래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견해를 변호해야 되면 실컷 변호하고 나서 불만을 표시하니 드라마가 일방적으로 한쪽을 편드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이 정도로 인기 있는 드라마가 되려면 영리하게 균형을 잡아야지 propaganda가 되버리면 상업적으로도 곤란한 거 아니겠나. (어쨌든 미국의 절반은 민주당 지지자들 아니겠는가.) 또 몇 몇 에피소드는 보수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듯 하지만 또 다른 에피소드들에서는 인종 학살이 자행되는 수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미국을 비판하기도 하고 사형 제도의 부당함을 역설하기도 하니 정치적으로 뜨거운 이슈들을 전반적으로 균형 있게 다루려는 노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두말 할 것없이 Boston Legal은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88 에피소드가 나왔다는데 이제 겨우 17 에피소드까지 봤으니 갈 길이 멀다.
Posted by Adella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Adella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