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름답게 쓰여진 소설. 내 마음대로 분류 체계에 따르면 이 책은 마이클 커닝햄/테드 창 부류에 들어가는 책. 섬세하고 담담하게 비극도 비극답지 않게 그려내는 글 종류라고나 할까. 정말이지, 섬세하게 미묘한 감정들을 캐치해내는 저자의 감수성과 필력은 놀랍다.

나름 SF 소설로 분류되긴 하지만 SF적 통찰력이 놀라운 소설은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력이 빛나는 소설. 소설을 읽으면서 끝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건 어떤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deferral에 대한 루머에 기대 마지막까지, 두 번의 donation을 지나고 나서도 그림을 그리던 Tommy나, 어차피 donor로 끝을 맺을텐데 이제 그만 쉬고 싶지 않냐는 질문들 끝없이 받지만 carer로서 오랫동안 소임을 다하는 Kathy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빛 바래지 않는 생생한 감정들 - 사랑, 우정, 질투, 미묘한 신경전과 같은 - 을 보면 이런게 인간이고 삶이지,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궁극적 결말에 비춰보면 사소해 보이는 그런 것들이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곡 읽고 싶다.   

 
Posted by Adella
인간은 몇 가지 공통된 속성을 지닌 사회적 원자이며 그 특성들을 파악하면 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러면 인간 사회가 작동하는 패턴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 저자는 이론 물리학자인데 물리학이 원자의 속성을 탐구함으로써 자연계의 패턴을 예측하는 것처럼 사회과학자들도 물리학자들처럼 인간사회를 연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일단 저자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합리적 개인 가설을 비판하며 인간의 속성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으로 모든 것을 고려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판단을 내리며 상황에 적응하고 모방한다. 또한 인간은 단순히 이기적이지 않으며 협력한다.

이러한 간단하지만 중요한 인간 속성을 고려하여 사회적 원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실험/관찰하면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인간 사회를 읽을 수 있는 패턴을 알 수 있게 된다. 사회과학은 이러한 인간 사회의 패턴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지 이데올로기에 기대 결론을 미리 도출하고 거기에 맞춰 정책을 세운다거나 패턴이 아닌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저자는 몇가지 흥미로운 실험 결과들을 소개한다. 금융위기가 오면 사람들은 다양한 요인들을 원인으로 지적하지만 어떤 돌발 변수가 없어도 금융 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주기적으로 생겨난다. 컴퓨터 모델링에 따르면 부는 자연스럽게 불균등하게 분배되며 (사회적 시스템이나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인종주의 없이도 사람들은 자연히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이주한다. 시장에서 사람들은 더 효율적인 협력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은 점점 커지다가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면 프리라이더가 생기고 사람들은 다시 그 조직을 떠나 다른 조직을 만든다. 개개인, 개별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우리는 이러한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의 핵심이다.

사회과학이 정말 과학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건데 나는 저자의 주장이 굉장히 흥미롭고 설득력 있다고 느꼈다. 특히 저자가 책에서 사례로 든 것처럼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책은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이 가져다 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니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Adella
소문으로만 듣던 Freakonomics를 드디어 읽었다. 'law and economics'가 법분야에서도 나름 최신 트렌드라서 경제학을 다른 분야에 적용시키는 것 자체가 새롭거나 한건 아닌데 이 책에서 다룬 주제 자체들이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어떻게 이런게 궁금했을까 싶을 정도로 저자의 번뜩이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Adella
예수회 신부인 저자가 쓴 깨우침에 관한 책.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이다. 주로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책인데 읽으면서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웠다. 내가 희미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명료하게 깨달을 수 있었고.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읽을만한 책. 카톨릭의 교리가 아니라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책이니. 이 책의 내용을 곱씹다보면 뜬금없이 유시진의 '온'이 생각난다. 왠지 얘기하고자 하는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온' 다시 읽고 싶어지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Adella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 신화를 읽는 건 이번이 두번째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한건 대학교 때였는데 읽다가 너무 안 읽혀서 포기하고 몇 년 만에 다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삶의 의미 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 때 책이 안 읽힌건 번역이 별로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어도 여전히 어려워서 좌절. ㅠㅠ 서문을 읽고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척 기대했는데 ("it is legitimate and necessay to wonder whether life has a meaning; therefore it is legitimate to meet the problem of suicide face to face. The answer, underlying and appearing through the paradoxes which cover it, is this: even if one does not believe in God, suicide is not legitimate.") 상당 부분은 이해했으나 최종 해답으로 가는 논리를 이해 못함. 그래도 몇몇 감동적인 부분들이 있었는데 전체 논지가 파악이 안되었으니 실패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시지프스의 신화 다음에 몇몇 에세이들이 있는데 역시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음. 그래도 열심히 읽다가 마지막 두 에세이를 남기고 포기했다. 그냥 다른 책 읽을래--;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Adella

블로그 이미지
"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Adella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