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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7 프란츠 카프카, 소송 (The Trial) (1925)
글에서 묘사되는 재판 과정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데 주인공은 자신이 무슨 죄목으로 기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죄목이 뭔지도 모르고, 열람할 수 있는 파일도 없고, 기록으로 남겨진 판례도 없으니 도대체 변호하기 난해하기 그지 없다. 구체적인 죄명이 뭔지 모르니 변호사가 하는 일은 기소된 죄목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다. 변호사 이 외에도 주인공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만 그들이 하는 일도 개인적인 관계를 이용해서 주인공의 케이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뭐 이렇게 말도 안되는 재판 과정이 다 있나 싶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떠오른 건 관타나모 베이에 갇혀있는 수감자들이었다. 예전에 읽은 신문기사들에 따르면 먼저 수감자들이 체포되는 과정부터 문제가 많다. 세계 각지에서 테러리스트라고 체포되고 미국으로 넘겨져 관타나모 베이에 수감된 이들 중 많은 이들은 테러와는 관계없고 현상금에 눈먼 이들에 의해, 혹은 정적에 의해미군으로 넘겨진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관타나모 베이에 수감된 사람들은 자신의 죄목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간청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러한 정보는 기밀 정보이기 때문에 자세한 건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 뿐이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걸린건지 알아야 반박을 하거나 인정을 할텐데 그 핵심적인 걸 알려주지 않으니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저 기약 없이 관타나모 베이에 계속 수감되어 있다. 카프카의 소설에서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재판 과정은 의외로 현실과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그의 소설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현실과 닮았는데 그것은 이 재판 과정이 지극히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외부인들은 도무지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재판정 내부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만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대대로 판사들의 초상화를 그려왔다는 화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투명성이 결여된 정부 시스템은 실제로 지금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카프카가 그리는 세계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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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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