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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0 North Country (2005) 6

2008. 9. 20. 15:42 영상물

North Country (2005)

진심으로 분노하게 만드는 영화.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사실까지 알고 나면 더욱 더 분노하게 만드는 영화. 

North Country는 미국의 첫번째 sexual harassment 집단 소송 사건을 다룬다. 이 집단 소송의 주인공들은 미네소타 탄광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 이 탄광은 주인공을 비롯한 여성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일하게 되기 전 오로지 남성들만 고용했다. 그러나 70년대 말 affirmative action으로 인해 회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하자 남성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당한다고 생각하고 이 여성 노동자들을 성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년을 일한 후 84년, Jenson은 미네소타 정부에 부적합한 고용 환경에 대해 고발을 한다. 장장 14년을 끌고 갈 소송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화에서 묘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겨냥한 집단 괴롭힘은 정말 끔찍하다. 언어적 폭력은 일상이고 이들은 원치 않은 성적 접촉, 폭력, 스토킹에 시달린다. DVD 특별 부록에는 실제 이 사건의 원고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영화가 꽤나 정확하게 그들의 작업 환경을 묘사한다고 말한다. 끔찍하다. 

이러한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사건이 어떻게 14년이나 걸렸는지를 알게 되면 탄광 회사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과 1심 법원에서 잘못된 판결을 내리고 원고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판사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나긴 소송의 종지부를 찍은 8th Circuit의 판결문을 읽어보면 원고들이 어떤 세월을 견뎌야 했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판결문을 쓴 판사들의 분노도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강한 어조로 하급 법원 판사들을 비난하는 판결문도 보기 쉬운게 아니다. 

이 탄광회사에서 자행된 성적 괴롭힘이 워낙 광범위하고 심각했기 때문에 1심 법원에서는 회사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원고들에게 얼마나 배상을 하는가 하는 문제였는데 여기에서 심각한 법률 시스템의 악용이 벌어진다. 탄광회사의 법률팀은 배상금을 줄이기 위해 원고들의 평생의 의료 기록을 열람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즉 회사에서의 성적 괴롭힘이 아닌 다른 요인들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니 우리는 책임이 별로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배상금을 결정하는 문제를 담당한 판사(Special Master)가 이러한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거기다 원고들은 수일에 걸쳐 자신들의 개인적 삶, 어릴적 받았던 학대, 성경험 등에 대해 모두 증언해야 했는데 그래서 어떤 원고는 증인석에서 강간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또한 심리학/정신과 치료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 담당 판사는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증언하려 했던 원고 측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조리 배제하는 등 증거 문제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피고측의 손을 들어줘 거의 모욕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금액의 배상금을 책정했다. 8th Circuit 판결문은 Special Master가 저지른 법률적 오류를 모조리 지적한 후 케이스를 다시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내는데 그 이후 결국 양측은 합의를 했고 원고들은 훨씬 많은 배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8th Circuit 판결문에서 말한 것처럼 그것이 그들이 10년 넘게 겪은 고통을 모두 보상해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It should be obvious that the callous pattern and practice of sexual harassment engaged in by Eveleth Mines inevitably destroyed the self-esteem of the working women exposed to it. The emotional harm, brought about by this record of human indecency, sought to destroy the human psyche as well as the human spirit of each plaintiff. The humiliation and degradation suffered by these women is irreparable. Although money damage cannot make these women whole or even begin to repair the injury done, it can serve to set a precedent that in the environment of the working place such hostility will not be tolerated.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도 sexual harassment 케이스들은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쉽지만은 않다. 이 케이스에서는 성적인 괴롭힘이 공개적으로 널리 자행되어서 사건의 증인들이 많았지만 (그들이 대부분 증언하기를 꺼려했다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sexual harassment의 특성상 피해자와 가해자 두 사람의 증언만이 증거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결국 누구를 믿느냐 하는 문제가 되는데 피해자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피해자들을 트러블 메이커나 감정적인 인간으로 보기 쉽상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이 실제 사건을 다룬 책 Class Action: The Story of Lois Jenson and the Landmark Case that Changed Sexual Harassment Law 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이 책은 볼까 말까 고민이다. 아무래도 읽기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여성주의자들은 성희롱을 대체할 올바른 용어를 만들어야 된다. 성희롱은 겨우 flirting 정도의 뉘앙스 밖에 없는 것 같단 말이다. 그러니까 한국의 sexual harasser들은 술먹고 실수했으니까 그냥 좀 넘어가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잘도 해대는거지.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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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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