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달리기는 비교적 단순해 보인다. 특별한 기술도, 장비도 필요 없다. 운동화와 운동복만 있으면 족하다. 
그것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리기를 위해서도 고려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건 작년 10월이었으니까 나는 지금까지 계속 약간 혹은 매우 쌀쌀한 날씨하에서만 달려왔다. 날씨가 추우면 갈증도 덜하다. 한 시간을 물 한모금 안 마시고 달려도 괜찮고 약 두 시간쯤 달릴 때는 중간에 한 번 정도 물만 마셔도 괜찮다. 그런데 따뜻한 날에 달리니 상황이 달라졌다. 한 15분 정도 달렸나 싶은데 벌써 목이 마른다. 한 시간 쯤 달렸을 때는 목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텔레비전에서 마라톤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달리다가 급수대를 만나면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계속 달리고 다 마시면 병을 툭 바닥에 던지고 계속 달려나가서 나는 그게 원래 자연스러운건가보다 생각했고 의문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10K를 달렸을 때 중간 지점에 급수대에서 물을 마실 때 나는 TV에서 봤던 선수들처럼 할 수 없었다. 한참 달리다가 물을 마시려고 하니 물도 잘 안넘어가고 물을 마시고 나서도 금방 다시 달릴 수가 없었다. 나보다 훨씬 오래 달린 친구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달리기 하면서 물 마시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도 처음에는 달리는 도중이나 후에는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고. 이제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은 이 친구는 마라톤을 달리면 일정 시간마다 물을 마시고 또 물을 마시는 전후로는 조금 걷는다. 그래서 나보고도 곧 있을 하프 마라톤을 대비해서 물 마시는 훈련도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옷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잠시 나갔다 올 때라면 옷차림이 조금 춥거나 더워도 크게 상관없지만 달리기를 할 때는 날씨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한다. 나는 아직 이 부분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바람이 불어서 좀 서늘할까 싶으면 긴팔을 입고 나가는데 이렇게 입고 나가서 달리면 금방 열이 나니까 더워진다.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조금 춥다 싶은 느낌이 드는 차림으로 달리는게 드디어 이해가 됐다.

항상 적절한 온도가 맞춰져 있는 실내를 중심으로 생활을 하다가 실외에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다보니 내 몸의 기능에 대해 조금씩 배우게 된다. 실내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나의 몸과 실외에서 달리기를 하는 나의 몸은 다르다는 것도.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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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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