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섬세하고 아름답게 쓰여진, 인간에 대한 통찰력, 이해, 그리고 애정으로 가득찬 소설. 
4대에 걸친 트루에바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칠레의 역사를 그려낸다. 보수적인 정치집단과 사회주의적 정치집단의 갈등과 기적같은 승리, 그리고 이어진 군사 쿠데타를 배경으로 트루에바 가문의 사람들은 칠레 사회의 변화만큼이나 극적인 삶을 살아간다.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조카였고 그 자신도 비슷한 정치적 신념을 공유했던만큼 군사 쿠데타 세력과 그들과 결탁한 정치 세력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같지는 않은데도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칠레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가부장적이고 극렬한 반공주의자이며 기득권 세력의 중심인물으로 그려지는 에스테반과 그가 상징하고 있는 모든 것의 정반대에 서있던 에스테반의 손녀 알바를 소설의 화자로 선택한 것만으로도 저자의 의도는 분명한게 아니었나 싶다. 마치 증오도 미움도 다 뒤로한 사람처럼 아옌데는 오직 인간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이해와 사랑만으로 에스테반이나 그의 사생아인 에스테반 가르시아와 같은 인물마저도 감싸안는데 나는 정말이지 마치 성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나 보여줄 수 있을 법한 위대하고 거룩한 용서를 목격한 것처럼 너무나 깊이 감동해 버렸다.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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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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