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요즘 달리기 얘기만 하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 책도 읽고 있긴한데 요즘 일이 많아서 집에 늦게 오다보니 책 볼 시간이 좀 준 것도 사실.)

이번 주말에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대회여서 친구들이랑 주말 동안 집을 빌려서 그 동네 구경도 하고 나름 재밌게 보냈다. 다들 휴가를 내서 월요일까지 그 집에서 머물렀는데 화요일에 마감일이 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일요일 저녁 때 돌아와야 했다. 좀 아쉬웠던.

대회가 있던 일요일의 날씨는 최고였다. 11월 치고는 꽤 기온이 높아서 춥지 않았고 또 바람도 선선히 불어 너무 덥지도 않았다.

처음 2마일은 친구랑 같이 달리다가 친구가 화장실에 간다고 해서 (대회 코스 중간 중간에 이동용 화장실이 있다.) 그 때부터는 나 혼자 달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컨디션이 좋아서 속도를 꽤 냈는데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중간 중간 시계를 확인해보니 목표로 했던 것보다 훨씬 속도가 빨랐다. 너무 무리하다가 후반부에 지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안든건 아니었지만 한번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니 멈출 수도 없어서 한번 내 한계를 시험해보자하는 마음으로 계속 속도를 유지했다. 한 7마일까지는 꽤 가볍게 달렸는데 그 다음부터는 발목이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제 발목 통증도 익숙해져서(;) 그냥 무시하고 달렸다. 이 대회는 끝나면 어차피 쉴 수 있으니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 10마일쯤 되었을 때였나, 드디어 무시무시한 다리가 등장했다. 꽤 경사진 다리였다. 그 전날 사전 답사도 했던터라 예상을 했지만 실제로 그 위를 달려보니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그 구간은 걷는 사람도 많았는데 난 한번 멈추면 다시 못달릴 것 같아서 기를 쓰고 계속 달렸다. 다리를 다 통과했을 때가 11~12마일 사이쯤이었던 것 같다.

아 정말 이때부터는 지옥이었다. 다리도 아프고 호흡도 힘들고 아직 2~3마일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힘겹게 다리를 움직여갔다. 온통 인상을 찡그린 채 달리다가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일행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사진찍는데 인상을 찡그릴 순 없지 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인상을 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상하게 그 때부터는 좀 힘이 났다. 역시 스포츠에 응원은 중요한 것?

그리고 드디어 13마일을 지나 0.1마일이 남았을 때 있는 힘을 다 짜내 전력질주를 했다. 달리기 끝났을 때 토할 것 같은 기분이 안 들면 최선을 다한게 아니라는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하니 진짜 토할 것 같았다;; 뿌듯해 해야하는건가.

나중에 시간을 체크하니 2시간 16분 58초. 저번 대회에서 2시간 35분 정도의 기록을 세워 이번 대회의 목표는 2시간 30분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달렸다. 다음 대회의 목표를 어디쯤 잡아야할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과이긴 하지만 예상도 못했던 2시간 10분대의 기록을 세워서 기분은 무척 좋았다.

이대로라면 달리기 관련 잡지만 보고 달리기를 하거나 친구와 달리기에 대한 얘기만 나누는 경지에 이르는 것도 멀지 않았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Adella

블로그 이미지
"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Adella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