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의 신작 Capitalism: A Love Story는 최근의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의 추악한 모습을 집중 조명한다: 집을 차압당하고 경찰에 의해 20년 넘게 산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PA Child Care 라는 아이러닉한 이름의 영리 추구 사설 소년원에 억울하게 보내진 청소년들 (지방 판사는 PA Child Care로부터 백만불 넘는 돈을 받았다.), 연봉이 20,000불에도 못미치는 비행기 조종사들, 직원들 이름으로 생명 보험을 가입하고 그 직원이 죽었을 때 그 수혜자가 되는 기업들 (이러한 보험은 무려 death peasant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파생상품이라는 카지노에 뛰어 든 월스트리트 기업들,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을 전국적으로 판매한 기업으로부터 특혜성 대출을 받은 연방 상원의 금융 위원회 소속 의원들. 

마이클 무어가 이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되고 집중 조명되었던 이야기들이다. 그렇지만 이런 조각을 하나씩 짜맞춰나가며 마이클 무어는 큰 그림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이라고.

마이클 무어 영화답게 영화는 발랄하고 경쾌하게 진행되지만 소재가 소재인만큼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우울해진다. 중간에 웃음을 터지게 하는 장면이 있어서 웃다가도 도리어 슬퍼진다고 해야 되나. 마지막까지 보는 사람 굉장히 우울하게 만들어 놨지만, 마이클 무어가 누군가. 이런 프로파간다 영화를 20년 넘게 만들어 온 베테랑 아닌가. 관객들이 다들 우울한 마음으로 극장을 떠나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마이클 무어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I refuse to live in a country like this. And I'm not leaving." (이 대사를 듣고 나면 우파들의 아우성이 상상된다. 그렇게 불만이면 제발 이 나라를 떠나! 라고 하지 않을까.^^) 그리고 마이클 무어는 그가 이 영화에서 지목한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범죄 발생, 접근 금지"라고 적혀 있는 노란테이프로 두르고 관객들의 행동을 촉구한다.

그래서 결론은 강력 추천. 마이클 무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역시 재밌게 볼 것이고 마이클 무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엄청 짜증 나는 영화가 될 듯.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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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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