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8. 11:31 영상물

My Cousin Vinny

처음에는 도대체 이 영화를 왜 추천해준건지 추천해준 사람들을 원망하다가 마지막까지 다 보고 나서는 수긍했다. My Cousin Vinny는 유쾌 발랄한 코믹 법정 드라마이다.
변호사 시험을 6번이나 떨어져 로스쿨 졸업한지 6년만에 겨우 변호사가 된 Vinny는 황당하게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촌의 사건을 맡게 된다. 이 사건이 바로 그의 첫번째 케이스. 처음에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실수들을 저지르는데 정말 농담이 아니다. 코미디라서 다 잘 해결되었으니 망정이지 저런 자격 미달의 변호사를 만나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만 해도 참을 수 없을 정도다. arraignment에서 유죄를 주장하느냐 무죄를 주장하느냐 그 간단한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 못해서 법정모독으로 끌려갔지, probable cause를 결정하는 preliminary hearing에서 제대로 반론 한 번 안했지, 절차법을 몰라서 사사건건 실수 연발이지. 정말 보고 있기 괴로울 정도였다.
그래서 도대체 누가 이 영화 재밌다고 했어?? 라는 생각을 영화 시작한 후 1시간 20분까지 했다. 이런 변호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라도 얻으라는거야 뭐야, 라고 생각했는데 실수 연발에 진지함도 결여되어 있는 듯한 Vinny는 재판이 진행되면서 점점 제대로 된 변호사로 변모해간다. 법정 변호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절차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타인을 설득하는게 어떤건지는 아는 Vinny는 검사의 케이스의 헛점을 공략해나가며 배심원들에게 설득력 있는 논변을 펼쳐 나간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expert 증인들을 둘러싼 공방인데 보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다. 이건 직접 봐야 됨.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건 등장하는 인물들 탓이 크다. 절차도 제대로 모르고 판사의 말을 마구 무시하는 Vinny를 법정 모독죄로 감옥에 몇 번이나 보냈지만 마지막에는 Vinny를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판사나, 누가 이길지 경쟁을 하자며 잔뜩 악역 분위기를 풍겨놓고는 마지막에 Vinny한테 감탄했다면서 언제 사냥하러 한번 놀러오라고 하는 검사나, 전혀 무고한 Vinny의 사촌을 하나같이 용의자로 지목하여 마치 음모꾼들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어리숙한 일반 사람들에 불과했던 증인들이나, 그저 선량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뉴욕에서 온 외부인들을 용의자로 몰려는 Alabama 사람들의 음모처럼 보이기 까지 했던 이 사건은 여러 사람들의 대활약에 힘입어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는 승리한다.
엉망진창의 Vinny는 변호사로서의 귀감이 될만한 모범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지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일깨워준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client를 신뢰하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절차법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호사에게 중요한 미덕은 그것만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것을 이 영화는 일깨워준다.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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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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