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는 여기: http://en.wikipedia.org/wiki/A_Fire_Upon_the_Deep
하드 SF에 대한 설명: http://ebbs.english.vt.edu/exper/kcramer/anth/Hartwell.html

코니 윌리스의 둠스데이북과 함께 93년 휴고상 수상작. Zones of Thought 시리즈 물의 첫번째 작품이다. 위키에 따르면 저자는 현재 이 소설보다 10년 뒤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현재 집필 중이라고 하는데 매우 기대된다.  

이 책은 본격적인 하드 SF인데 하드 SF를 읽은게 워낙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이 책의 설정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낯선 것이라서 그런지 한참 이 책의 세계관을 이해 못해서 헤매다가 거의 책 읽기를 포기할 뻔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에 익숙해져 재미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온갖 음모와 배신과 권모술수가 난무한 덕에 너무 긴장되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는 <얼음과 불의 노래>랑 좀 유사한데 그래서 책을 읽는 도중에는 이 책만 다 읽으면 이 저자 소설은 다시는 안 읽겠다고 다짐했건만 다 읽고 나니 그런 마음은 싹 사라졌다. 그만큼 재미있었고 마지막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다 읽고 나니 <얼음과 불의 노래>보다는 좀 약한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해피엔딩이었으니까.)

이 소설은 소설의 우주관이 매력적인데 위키피디아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으니 여기서는 설명은 생략하겠다. 공을 많이 들인듯한 설정이고 거기다 나름대로 설득력까지 있다. 이 소설의 복잡하고 광대한 우주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종도 매우 다양한데 작가는 각기 다른 종들에도 깊이있는 설정을 부여해 놓았다. 일단 이 책에서는 중세 시대를 살아가는 개과 종류의 생명체들의 이야기와 첨단 우주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식물과 생명체들, 그리고 기타 등등의 생명체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 정도 설정이니 책 한권으로 끝내기에는 좀 아쉬움이 있긴 하다. 시리즈 물의 다음 작품 A Deepness in the Sky도 다음에 읽을 책에 올려놔야지. 
Posted by Adella
2006년 휴고상 수상작. 이 책은 종말에 직면한 (혹은 그렇다고 믿고 있는) 인류의 대응을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인간적이고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SF 소설들을 (내 마음대로) 거칠게 분류하면 과학을 이용하여 설정한 세계에서 인간을 탐구하는 소설이 있고 과학적 지식 그 자체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소설이 있는데 이 책은 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 다음으로 읽은 책이 A Fire Upon the Deep라서 더 이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A Fire Upon the Deep의 리뷰는 다음 포스트에.) 

이 책은 아주 잘 쓰여진 소설이다. 이 책은 첫 문장부터 독자를 휘어 잡은 채 마지막까지 놓아주지 않으며, 이 책이라고 과학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조금씩 충분히 설명을 풀어놓기 때문에 난해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플롯의 긴장감도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하지만 지나치지는 않다. (긴장감이 지나친 소설이라면 얼음과 불의 노래나 코니 윌리스의 소설 같은 부류?) 다른 SF 소설들처럼 거대한 주제를 다루지만 등장인물들에게도 충분한 관심을 기울인다. 여러모로 균형잡힌 소설이라서 SF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A Fire Upon the Deep이랑 비교하자면, A Fire Upon the Deep은 SF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한테는 좀 권하기 힘들 것 같다.)   

이 책은 첫 문장부터가 좋다: Everybody falls, and we all land somewhere. 의미심장하지만 약간 아리송한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의 주제를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것만은 잊지 마라. 끝이 없어 보이는 추락의 끝에 우리는 어딘가에 안착하게 될 것이다.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포함.)


타일러가 12살, 제이슨과 다이앤이 13살이었던 어느날 밤, 하늘에서 반짝이던 별들이 모두 사라진다. 그것은 어떤 인공적인 막이 지구를 둘러싼 결과였다. 하늘에서 별들은 자취를 감추고, 태양은 예전의 태양과 다르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망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막의 기능은 몇 년 후에야 밝혀진다. 이 장막은 지구와 우주 사이의 시간을 왜곡하여 이 장막 때문에 지구에서 1년의 시간이 흘러갈 동안 우주에서는 수백만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태양은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위협적인 별로 점점 탈바꿈하고 있었고 이 장막은 지구의 시간을 느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태양의 치명적인 열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속도라면 태양이라는 별의 종말도 멀지 않았다. 임박한 종말의 예언에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앞날을 준비하게 된다.

일인칭 소설인 이 책의 화자인 타일러와 가장 가까운 두 사람, 제이슨과 다이앤은 각기 다르게 이 상황에 대처한다. 다이앤은 스핀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에 종교적인 열정으로 대응하는 무리에 뛰어들게 되고 제이슨은 과학자가 되어 스핀을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모든 것을 바친다. 임박한 종말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여겼지만 타일러는 메디컬 스쿨에 진학하고 의사가 된다. 

기본적으로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든 창조물이다. 그렇다 할지언정 등장인물들을 그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도구로만 이용해 버리는 글을 읽게 되면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 (메리 도리아 러셀의 Children of God 같은 소설) SF는 장르 특성상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른 소설보다 더 높은 것 같다. 특히나 이 소설처럼 지구과 인류의 운명, 고등 지적 생명체, 우주의 운명 등의 거창한 주제를 다루는 글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 소설은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소설 첫부분부터 제이슨의 죽음이 암시되어 있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갔는데 다행히 작가는 소설의 목적을 성취한 후 가볍게 제이슨을 처분해버리지는 않았다. 소설 내내 타일러와 다이앤보다는 제이슨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SF 장르에서만 가능할 법한 거대한 테마를 다루면서도 인간적인 시각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스핀을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학자들, 전대미문의 현상에 직면하여서도 권력다툼을 하는 정치인들, 이 현상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으려 하고 때로는 괴이하고 때로는 유해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 혼란스러운 와중에 약탈과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작은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을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은 무심하거나 차갑지 않다. 기실 이 대혼란의 시기의 끝에 작가가 준비한 것은 지구나 인류의 종말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떨어지지만 어딘가에 안착하게 된다. 30년이 넘는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찬 시기 뒤에 인류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된다.

일견 제이슨과 다이앤에 비해서는 평범하여 소설 속에서 부여받은 역할은 관찰자를 넘어서지 않는 것만 같은 타일러에게도 작가에게 제이슨과 다이앤이 벌이는 일을 관찰하는 역할만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She may not be dying, Simon, but she’s exactly as sick as you think she is, and she will die if she doesn’t get help. And the only help I know about is a couple of thousand miles from here.”
”Heaven and earth are passing away. We’re all going to die.”
”I can’t speak for heaven and earth. I refuse to let her die as long as I have a choice.”
”I envy you that,” Simon said quietly.
”What? What could you possibly envy?”
”Your faith,” he said.

장막이 사라지고 지구의 멸망이 임박했다고 여겨지는 그 순간 다이앤은 병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종말론적인 종교에 헌신한 다이앤의 남편 시몬은 다이앤의 병을 치료하려는 노력을 헛되다고 여기지만 타일러에게는 그렇지 않다. 언젠가 죽을 것이라고 하여 환자를 포기할 의사는 없다. 나는 1인칭 소설인 이 소설의 화자인 타일러가 더 많은 것을 관찰하고 소설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작가가 편리하게 의사라는 직업을 부여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해 왔지만 이 부분에서 나는 그 의심을 버렸다. 

이 소설은 책 커버에 발췌된 리뷰들에서 언급하듯 SF 스릴러라고 분류할만하다. 소설이 진행되는 와중 독자는 의심스러운 혹은 의미심장해보이는 실마리를 하나씩 발견해나가지만 작가는 금세 그 의혹을 지워버릴만한 설명을 제공한다. 그래서 독자가 그 실마리에 대해 잊어버릴 때쯤 작가는 그 실마리가 가지고 있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드러내준다. 이 책에서 책의 마지막까지 설명되지 않거나 무의미하게 이야기에 등장한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첫문장도 마찬가지이다. 이 첫문장의 출처는 제이슨이 타일러에게 쓴 편지이다.

Maybe E.D. was right about one thing. Our generation has struggled for thirty years to recover what the Spin stole from us that October night. But we can’t. There’s nothing in this evolving universe to hold on to, and nothing to be gained by trying. If I learned anything from my “Fourthness,” that’s it. We’re as ephemeral as raindrops. We all fall, and we all land somewhere.”

평생을 바친 끝에 스핀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죽음에 직면한 제이슨이 남긴 편지에서 이 문장의 의미는 분명해진다. 제이슨이 평생을 바친 끝에 깨달은 바는 바로 첫문장, 그것이었다. 이 소설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제이슨에게 작가는 그에 걸맞는 죽음과 예식을 준비하는데 그 중 하나는 타일러의 추모사이다:

Jase, I said, had dedicated his life to the pursuit of knowledge, not arrogantly but humbly: he understood that knowledge wasn’t created but discovered; it couldn’t be owned, only shared, hand to hand, generation to generation. Jason had made himself a part of that sharing and was part of it still. He had woven himself into the network of knowing.

빈말로라도 겸손하다고 표현하기 힘든 제이슨이지만 그가 지식을 추구하는 태도만큼은 그랬다. 어쩌면 그것도 그가 Fourthness를 얻은 결과였을지도 모르지만. (유년기, 사춘기, 성년기 이후의 시기를 Fourthness라고 하는데 이게 뭔지는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너무 스포일러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 

정말 마음에 드는 작가 한 명을 또 찾아서 기쁘다. 거기다 위키피디아를 보니 Spin도 시리즈물이다. 2007년도에 벌써 Axis가 출판되었고 Vortex가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조만간 읽을 책에 포함시켜야지. 

Posted by Adella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접한 닐 게이먼의 작품인데 속도감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이야기는 미국의 신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했으니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사람들은 그게 만 년 전이든, 십 년 전이든 다른 곳에서 살다가 아메리카로 건너온 이주민들이다. 그 이주민들은 이 땅으로 건너오면서 자신의 신들을 모셔오지만 그 신들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버려지고 이 땅의 사람들은 새로운 신을 숭배한다. 이 소설은 버려지고 잊혀진 신들과 새롭게 급부상한 신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액션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신들의 전쟁>에서 그려지는 신들은 고대 신화의 신들처럼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느끼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를 좋아하고 다른 신들과 경쟁하고 질투하며 자신의 추종자들만 편애하는 신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것은 현대적으로 해석된 고대 신화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이용하는 소설적 장치들은 기독교의 이야기와 상징들을 이용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실한 기독교인이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이단적 사상이 다 있나 하고 펄펄 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작가 역시 후기에서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를 언급한다. 젤라즈니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의 다양한 신화나 종교에 관심이 많다면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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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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