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가 잃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깨달았다. 그 사실 때문에 더 슬퍼졌던건지도 몰라도 읽는 내내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커트 보네거트답게 그의 글은 짐짓 유쾌함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과 사회의 모습이 유쾌하지만은 않으니 말이다. 신랄한 비판과 비극적인 슬픔과 유머가 뒤섞인 이 책에서 우리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커트 보네거트를 만날 수 있다. 보너스로 그가 자신의 저작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쉽게 손 닿는 곳에 두어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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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보다 훨씬 속도감있게 진행된 2부 왕들의 전쟁은 확실히 더 재미있었다. 불길한 혜성이 하늘에 흔적을 남기고 그것을 본 이들이 각자 나름대로 그것을 해석하는 것으로 시작한 2부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의 운명을 각기 다른 곳으로 이끌어간다.

Stark 가문의 사람들의 운명은 처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정녕 내가 이 소설을 계속 읽어야 하는가 회의를 안겨다 줄 정도였는데 Theon이 Winterfell을 점령했을 때도 충격적이었지만 Rodrik 경이 죽고 Winterfell이 Stark 가문의 가신격인 남자에게 떨어졌을 때는 정말 이 소설에서 그만 손 떼고 싶었다. 왜 Stark 가문 사람들은 맨날 배신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나. 이 소설은 설마 Stark 가문이 어떻게 몰락해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은건가. 그런거라면 더 이상 읽을 용기가 나지 않잖아;;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린건지(?) 2부는 Stark 가문의 운명을 희미하게 암시하면서 끝을 맺는다:

The stone is strong. Bran told himself, the roots of the trees go deep, and under the ground the Kings of Winter sit their thrones. So long as those remained, Winterfell remained. It was not dead, just broken. Like me, he thought. I'm not dead either.

Stark 가문의 시련이 여기서 끝날리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여 별로 위안이 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이런 것이라면 끝까지 봐주어야 할 것만 같다. (3부를 읽을 때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할 것 같다. Stark 가문에 Jon이랑 Bran만 살아남고 다 죽어도 놀라지 않을테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서 발췌한 Night's Watch의 서약의 말: 
Night gathers, and now my watch begins. It shall not end until my death. I shall take no wife, hold no lands, father no children. I shall wear no crowns and win no glory. I shall live and die at my post. I am the sword in the darkness. I am the watcher on the walls. I am the fire that burns against the cold, the light that brings the dawn, the horn that wakes the sleepers, the shield that guards the realms of men. I pledge my life and honor to the Night's Watch, for this night and all the nights to come.

Posted by Adella
겨우 1부 왕좌의 게임을 다 읽고 2부 왕들의 전쟁을 읽기 시작했다. 2부라고는 하지만 시간적 간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속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1부를 다 읽었다는 감흥은 별로 없다.
어디선가 판타지 걸작선을 선정해놓은 것을 봤는데 거기서 얼음과 불의 노래를 반지의 제왕 다음으로 손꼽아놓은 것을 봤다. 직접 읽어보니 가히 걸작으로 손꼽힐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는 별처럼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챕터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인물들만 해도 적지 않으며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까지 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단순한 NPC처럼 취급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작가가 각각의 인물들에게 사연, 가치관, 성격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이들 인물들은 그에 걸맞게 생동감있게 움직인다. 음모가 소용돌이 치는 정국에서 이들 인물들은 과거와 현재의 인연과 삶의 기치에 따라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 한발자국씩 나아간다. Eddard Stark와 같이 완고한 인물이 있고 Littlefinger처럼 간교한 인물이 있지만 단순히 어떤 캐릭터를 선하다, 혹은 악하다고 규정하기는 힘드니 소설을 따라가는 독자의 입장도 쉽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소설의 중심축인 Stark가의 인물들에게 애정이 실릴 수 밖에 없긴 하지만 Lannister가 인물들이 싫은 건 아니다. Jaime Lannister나 Cersei Lannister도 미워지지는 않으니 꼬인 운명에 맞서는 주인공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면서도 누구 하나 원망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그래도 Joffrey는 좀 싫다;) 그저 복잡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를 숨막히게 즐기는 수밖에.

작가는 이들 등장인물들에게 각각의 운명을 미리 부여해놓았겠지만 이들 등장인물들에게 만큼이나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건 안개속 정국이다. 특히나 중심인물들은 가혹하게도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탓에 이들은 숙고할 시간도 없이 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순간은 생명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다가오기도 하고 혼란한 정치적 상황에서 다가오기도 한다. 말로 시험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고 적을 마주하였을 때 어떤 전략과 전술을 선택해야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한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나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단기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를 예측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심인물들은 자신들의 상황판단과 가치관에 따라 결단을 내린다. 그러한 결단은 때로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들에게는 그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니 비록 안타까워 할지라도 소설 속 인물들의 선택을 잘못된 것이라거나 부주의한 것이었다고 폄하할 수는 없기에 독자는 그저 소리없이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삶의 모습이 꼭 그렇지 않은가-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과 함께.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무궁무진하게 자유로울 수 있을 것만 같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한계적인 상황들을 잘 설정해 놓았다는 점이다. 왕이라고 해서 끝없는 재화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래서 토너먼트를 열려면 누군가는 재정 문제에 골머리를 싸안아야 하고 북쪽의 벽을 지키기 위해 지원하는 사람들이 없어 비천하고 어린 아이들까지 훈련을 시켜야 한다. 휘하의 영주들이 모두 충성을 맹세하는 것은 아니니 때로는 위협으로, 때로는 술책과 협상으로 그들의 충성을 사야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설정들은 소설을 더욱 생생하게 빛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중세적인 한계만을 부여해놓은 것은 아니라서 북쪽 벽 너머의 미지의 존재들이 나오고, 드래곤이 나오고, Stark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direwolves들이 나오며, 신비한 힘을 지닌 마녀/마법사가 등장한다. 중세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판타지적인 상상력들도 그에 잘 어우러져 소설을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여기까지가 대충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고 좀더 개인적인 감상을 털어놓아 보자면 가혹한 운명의 시련을 겪는 주인공들이 너무 어려서 참으로 마음이 안타깝다. 물론 대하 장편 서사시가 될터이니 1부에서 어려야 앞으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나가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맛이 나겠지만 애들이 10세 이하에서 많아야 15세 전후이니 현대적인 나이 감각으로 볼 때 얘들은 너무 어리다. 온갖 시련을 겪는 Arya도 10살이 안되고 가끔 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하고 목을 흔들어주고 싶은 Sansa도 나이를 생각해보면 한숨만 나오고 북부의 왕으로 등극한 Robb도 너무 어리고 의젓해서 어리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Jon도 그렇다. (Bran이나 Rickon은 그냥 봐도 어린 것 같으니 별로 위화감이 안 생기지만은.)

어쨌든 이제 1부에서는 중요 인물들이 다 등장하고 앞으로 전개될 발판을 다 다져놨다고 할 수 있을텐데 7왕국 시대로 돌아가 본격적인 충돌이 벌어질 2부가 기대된다. 1부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불씨들이 어떤식으로 모습을 드러낼지도 궁금하고.
Posted by Adella
명석한 논리로 미국의 시장주의와 민주주의 동시 수출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를 논증하는 책이다. 원제는 World on Fire: How Exporting Free Market Democracy Breeds Ethnic Hatred and Global Instability이고 저자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에이미 추아이다.

저자의 책은 그녀의 개인적 경험담으로 시작하는데 그녀는 중국계로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이민왔고 그녀의 친척들은 여전히 필리핀에서 살고 있다. 호화로운 주택에 살고 있는 부유한 그녀의 친척은 오랫동안 일해왔던 필리핀인 운전자에게 어느날 살해당한다. 그것은 단순히 도둑질을 위한 것이 아닌 오랫동안 쌓여온 모욕감이 분출한 증오범죄였다. 그녀는 이 비극적인 가족사를 시장점유 소수집단이 어떻게 현지의 가난한 다수의 증오를 사는지에 대한 실례로 보여준다. 시장점유 소수집단이란 대다수 국민들과 민족/인종이 다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집단을 가리킨다. 필리핀에서 중국인들은 바로 그러한 존재이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에는 시장점유 소수집단이 있는 국가들이 매우 많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 아프리카의 국가들, 그리고 러시아도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문제는 시장주의와 민주주의가 수출되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시장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이런 나라들에 수출되면? 결과는 파국이다. 저자는 다양한 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시장주의와 민주주의가 수출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제시한다. 먼저 시장점유 소수집단은 시장주의가 도입됨에 따라 거대한 부를 쉽게 손에 넣는다. 억만장자가 된 이들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박탈감과 그들을 향한 증오감은 폭발한다. 이러한 에너지는 설익은 민주주의와 만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분출된다. 정치가는 경제적으로 박탈당한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을 선동하여 권력을 차지하고 이들의 분노를 정당화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그 결과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르완다 학살이나 유고슬라비아 학살과 같은 것이다.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자본주의 (어떠한 부의 재분배 장치가 없는)와 민주주의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는)를 동시에, 그리고 강제적으로 이들 국가에 도입함으로써 이 나라들은 파국에 치달았다. 그래서 저자는 서구에서조차 단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와 완전한 보통선거 민주주의의 동시 도입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믿음을 비판하고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일종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국가는 이러한 박탈된 다수의 분노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부의 재분배 프로그램이든, 차별수정정책이든,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 프로그램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렇게 지극히 불평등한 경제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어떤식으로든 폭발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한국에 도입하면 어떨까. 저자가 책에서도 지적하듯 한국에는 시장점유소수집단이 없다. 좋든 나쁘든 한국에는 인종/민족적으로 이질적인 소수집단의 규모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정치적/경제적으로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는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일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흔히 양극화라고 부르는 경제적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형태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채 한국은 경제성장률에만 집착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파이가 커지면 분배가 될 것이고 그것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안이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논리는 현재에도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현재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우석훈이 <88만원 세대>에서 지적한 비정규직의 덫에 걸린 20대들이 그 중 하나이다. 고통받는 한국 사회의 병리적 특성은 이미 최근 몇 년 벌어진 사태들에서 드러나고 있다. 고통받는 대중은 영웅을 원하며 동시에 희생양을 원한다. 한국사회의 기독교를 향한 비이성적 분노는 어쩐지 저자가 지적한 시장점유 소수집단들에 대한 분노와 닮아보이기도 한다. 20대, 비정규직, 지방. 한국 사회에서 박탈당한 다수는 점차 커져가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각자 살아남아라는 잔인한 논리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믿음이 지배적일 것 같다는 생각은 앞날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Posted by Adella
수업 교재로 읽고 있는 전쟁 역사 책.
제목에서 암시하듯 전투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책이다. 아쟁쿠르(Agincourt), 워털루(Waterloo), 그리고 솜(Somme) 전투를 분석하는데 단순히 전략적인 측면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전략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일반 병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면 워털루 전투를 분석한 챕터를 보면 처음에는 각 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대략적인 그림을 제시한 후 각 군대의 속성에 따라 거기에 속한 일반 병사들이 어떤식으로 대응하고 행동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기병과 포병의 전투, 기병과 기병의 전투, 기병과 보병의 전투, 보병과 보병의 전투를 각각 나누어 설명하는데 일반병사들이 남긴 기록들을 인용하면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병사들의 모습까지 그려내는데 전장에 그대로 버려져 과다 출혈이나 탈수 증상으로 사망하는 병사들의 모습, 피로감으로 인해 시체 더미 밑에 누워 잠을 청하는 병사들의 모습들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그러니까 일반 병사의 입장에서 도대체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 답하는 책이다.

이 책은 1976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이 쪽 분야에서는 아주 유명한 책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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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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