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1. 12:06 달리기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요즘 읽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에서 나온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신문에서 어떤 마라토너가 인터뷰에서 한 얘기를 인용한 것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고 나서 요즘은 항상 이 문장을 생각하고 있다. 달릴 때도 생각하고 좀 힘들다 싶을 때도 생각하고.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방어책이라고나 할까. 오늘도 4마일 가량 달리면서 힘들어서 멈추고 싶을 때는 이 문장을 계속 생각했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없을 때는 Pain is suffering이라고 계속 생각하긴 했지만. ㅎㅎ
오늘은 기분이 다운된 이유가 있긴 한데 요 며칠 전부터 기분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하는게 드디어 겨울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추위 때문에 웅크리게 되는 계절이 돌아오면 심리적으로도 움츠려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달리기를 계속하는게 좋은 것 같다. 이 그룹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활기차고 열정적으로 마라톤 트레이닝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다. 하프 마라톤이라면 모를까 (이것도 한참 훈련한 후에나 가능할거고), 마라톤은 아직 꿈도 꾸기 힘든 상태지만 나도 달리기 멤버 중 한 명으로부터 마라톤 트레이닝 훈련 스케쥴을 받아왔다. 어두워서 몰랐는데 집에 와서 보니 색지에 프린트 되어 있어서 꼭 학교에서 나눠주는 유인물 같다. 역시 학교 선생님은 다르군, 하는 생각을 잠시.
이 글을 적다가 여동생한테 전화 와서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동생이 언니 요즘 전화 거는 빈도수가 줄었는게 거기서 사는 것도 재밌나봐, 라고 얘기하길래 (처음 이 동네로 이사왔을 때는 거의 매일 전화를 했었다) 아니 요즘 다시 좀 우울해지고 있어, 라고 대꾸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동생은 웃기네, 하고 가볍게 넘겨 버린다.
그런 말이 더욱 위안이 될 때가 있다. 힘들어, 우울해, 외로워, 라고 할 때 웃기네, 라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게 좋다. 내 동생이랑 이런 관계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