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Hunting and Gathering을 이제 막 다 읽었다. 정말로 책 뒷표지에 발췌된 서평에 대공감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This admirable novel makes you love life. And all your fellow human beings as well-your brothers and sisters."

마이클 커닝햄의 책을 읽고 이 책을 연달아 읽어서 그런지 두 책이 조금은 유사하다고 느꼈는데 Hunting and Gathering은 세상 끝의 사랑의 더 행복한 버전이라고나 할까. 두 책의 유사한 점을 꼽아본다면:

1. 전혀 관계 없는 세 명이 같이 살게 된다. (Jonathan, Bobby, Clare/Philibert, Franck, Camille)
2. 주인공 중 한 명이 요리사다. (Bobby/Franck)
3. 셋 다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4. 그 중 두 명이 사랑에 빠진다. (Jonathan & Clare/Franck & Camille)
5. 레스토랑을 차린다.
6. 주인공 중 한 명은 물려받은 거액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Clare/Camille)
7. 불행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사실 무엇보다도 두 책을 한 장르 아래에 묶을 수 있는 건 두 책 모두에서 주인공들은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공동체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좀 더 맞서 살아갈 수 있을만한 곳이 된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안나 가발다의 글은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경쾌하게 흘러가고, 세 명의 주인공과 조연급 인물들의 삶이 어우러져 한 편의 서사시가 된다. 인간성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이 글 전반에 흐르고 있어서 책을 덮고 나면 나의 가족, 친구, 동료, 이웃, 그리고 전혀 모르는 타인일지라도 잘 대해야 하겠다, 그것이 이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로맨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소설의 마지막 장면 (에필로그 제외하고):
Franck looked at the clock.
"Right. You've got five minutes to get it together and say one six-word sentence. That's doable, no? Go on," he teased, with false joviality. "If six is too much, I'd settle for three. But the right ones, okay? Shit! I didn't punch my ticket. Well?"
Silence.
"Never mind. I guess I'll stay a frog."

He put his big bag on his shoulder and turned his back to her.
He ran to catch up with the ticket collector.
She saw him take his ticket and wave to her.

And the Eurostar slipped between her fingers.
And she began to cry, silly girl that she was.
And all you could see was a little gray dot in the distance.

Her cell rang.
"It's me."
"I know. It tells me on the screen."
"I'm sure you're in the middle of a hyperromantic film, there. I'm sure you're all alone on the platform, like in a film, crying for your lost love in a cloud of white smoke..."
Her own smile brought tears to her eyes.
"Not-not at all," she managed to say, "I-I was just leaving the station, actually."

"Liar," said a voice behind her.

She fell into his arms and held him so so so tight.
Until she felt her skin snap.

She was crying.

All the valves opened and she blew her nose against his shirt, cried some more, letting go of twenty-seven years of solitude, of sorrow, of nasty blows to the head, crying for the cuddles she never had, her mother's madness, the paramedics on their knees on the wall-to-wall carpet, her father's absent gazes, the shit she went through, all those years without any respite, ever, the cold, the pleasure of hunger, the wrong paths taken, the self-imposed betrayals, and always that vertigo, the vertigo at the edge of the abyss and of the bottle. And the doubt, her body always in hiding, and the taste of ether and the fear of never being good enough. And Paulette too. The sweet reality of Paulette, pulverized in five and a half seconds.

Franck closed his jacket round Camille and put his chin on her head.
"There...there," he murmured softly, not knowing if he wanted to say, There, keep crying, or, There, dry your tears.

It was up to her.

Her hair was tickling him, he was covered in snot and he was insanely happy.
Insanely happy.
He smiled. For the first time in his life, he was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

*

He rubbed his chin across her scalp.
"C'mon, sweetheart. Don't worry, we'll make it. We won't do any better than anyone else but we won't do any worse, either. We'll make it, you hear? We'll make it. We've got nothing to lose, since we have nothing to begin with. C'mon. Let's go."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사랑한다고 말하길 두려워하는 Camille와의 관계에 질려서 영국으로 떠나려는 Franck에게 Camille는 자기가 Franck를 위한 레스토랑을 차려주겠다고 절박하게 제안한다. Franck는 자기는 그런 돈은 필요없다며 "네가 가지 않기를 원해"라고 말해달라며 Camille에게 애원하지만 Camille는 자신은 Franck, 자기 자신, 그리고 모든 것이 두렵다고만 말한다. 그리고 Franck는 예정했던대로 영국으로 떠나려 하고 발췌한 부분이 바로 공항에서 벌어지는 사건.)

에필로그는 그래서 그들은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는 식으로 끝난다. 어쩐지 미국 소설인 세상 끝의 사랑이 더 프랑스 소설스러운 느낌. 그렇지만 무슨 상관이랴. 때로는 이러한 해피엔딩도 필요한 법이다.


Posted by Adella
아, 역시 마이클 커닝햄이 좋다. 유리처럼 깨질 것 같으면서도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섬세한 감수성이 너무나 좋다. 글을 읽는 내내 그가 보여준 이들 주인공들의 세계에 푹 빠져서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글의 마지막은 정말 마지막다워서 한동안 곱씹어 읽었다. 이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But as I stood in the water, something happened to me. I don't know if I can explain this. Something cracked. I had lived until then for the future, in a state of continuing expectation, and the process came suddenly to a stop while I stood nude with Bobby and Erich in a shallow platter of freezing water. My father was dead and I myself might very well be dying. My mother had a new haircut, a business and a young lover; a new life that suited her better than her old one had. I had not fathered a child but I loved one as if I was her father-I knew what that was like. I wouldn't say I was happy. I was nothing so simple as happy. I was merely present, perhaps for the first time in my adult life. The moment was unextraordinary. I realized that if I died soon I would have known this, a connection with my life, its errors and cockeyed successes. The chance to be one of three naked men standing in a small body of clear water. I would not die unfulfilled because I'd been here, right here and nowhere else. I didn't speak. Bobby announced that the minute was up, and we took Erich back to shore.
글 내내 자신의 삶에 무언가가 결여되었다고 느끼던 조나단은 이렇게 마지막에, 비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아버지가 죽고, 클레어가 아이와 함께 떠났고, 에리히는 죽어가고 있으며, 자신도 곧 그처럼 죽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이 충만함을 느낀다. 그렇게 삶은 아이러니한 것이니 닥쳐올 혹은 닥쳐온 비극에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삶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불안정하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삶의 충족감은 지극히 평온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오지만은 않으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불안정한 상태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안정된 직장, 확실하고 안정된 관계만이 전부가 아니다. 커닝햄은 앨리스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조나단, 바비, 클레어의 unorthodox한 관계를 통해서 그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글은 마치 따뜻한 위로와도 같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격려와도 같다. 이 사회가 인정하는 틀에 들어맞는 삶을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그의 글은 많은 힘이 되어 준다.
Posted by Adella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가 잃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깨달았다. 그 사실 때문에 더 슬퍼졌던건지도 몰라도 읽는 내내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커트 보네거트답게 그의 글은 짐짓 유쾌함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과 사회의 모습이 유쾌하지만은 않으니 말이다. 신랄한 비판과 비극적인 슬픔과 유머가 뒤섞인 이 책에서 우리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커트 보네거트를 만날 수 있다. 보너스로 그가 자신의 저작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쉽게 손 닿는 곳에 두어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








Posted by Adella
1부보다 훨씬 속도감있게 진행된 2부 왕들의 전쟁은 확실히 더 재미있었다. 불길한 혜성이 하늘에 흔적을 남기고 그것을 본 이들이 각자 나름대로 그것을 해석하는 것으로 시작한 2부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의 운명을 각기 다른 곳으로 이끌어간다.

Stark 가문의 사람들의 운명은 처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정녕 내가 이 소설을 계속 읽어야 하는가 회의를 안겨다 줄 정도였는데 Theon이 Winterfell을 점령했을 때도 충격적이었지만 Rodrik 경이 죽고 Winterfell이 Stark 가문의 가신격인 남자에게 떨어졌을 때는 정말 이 소설에서 그만 손 떼고 싶었다. 왜 Stark 가문 사람들은 맨날 배신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나. 이 소설은 설마 Stark 가문이 어떻게 몰락해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은건가. 그런거라면 더 이상 읽을 용기가 나지 않잖아;;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린건지(?) 2부는 Stark 가문의 운명을 희미하게 암시하면서 끝을 맺는다:

The stone is strong. Bran told himself, the roots of the trees go deep, and under the ground the Kings of Winter sit their thrones. So long as those remained, Winterfell remained. It was not dead, just broken. Like me, he thought. I'm not dead either.

Stark 가문의 시련이 여기서 끝날리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여 별로 위안이 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이런 것이라면 끝까지 봐주어야 할 것만 같다. (3부를 읽을 때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할 것 같다. Stark 가문에 Jon이랑 Bran만 살아남고 다 죽어도 놀라지 않을테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서 발췌한 Night's Watch의 서약의 말: 
Night gathers, and now my watch begins. It shall not end until my death. I shall take no wife, hold no lands, father no children. I shall wear no crowns and win no glory. I shall live and die at my post. I am the sword in the darkness. I am the watcher on the walls. I am the fire that burns against the cold, the light that brings the dawn, the horn that wakes the sleepers, the shield that guards the realms of men. I pledge my life and honor to the Night's Watch, for this night and all the nights to come.

Posted by Adella
겨우 1부 왕좌의 게임을 다 읽고 2부 왕들의 전쟁을 읽기 시작했다. 2부라고는 하지만 시간적 간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속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1부를 다 읽었다는 감흥은 별로 없다.
어디선가 판타지 걸작선을 선정해놓은 것을 봤는데 거기서 얼음과 불의 노래를 반지의 제왕 다음으로 손꼽아놓은 것을 봤다. 직접 읽어보니 가히 걸작으로 손꼽힐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는 별처럼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챕터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인물들만 해도 적지 않으며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까지 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단순한 NPC처럼 취급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작가가 각각의 인물들에게 사연, 가치관, 성격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이들 인물들은 그에 걸맞게 생동감있게 움직인다. 음모가 소용돌이 치는 정국에서 이들 인물들은 과거와 현재의 인연과 삶의 기치에 따라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 한발자국씩 나아간다. Eddard Stark와 같이 완고한 인물이 있고 Littlefinger처럼 간교한 인물이 있지만 단순히 어떤 캐릭터를 선하다, 혹은 악하다고 규정하기는 힘드니 소설을 따라가는 독자의 입장도 쉽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소설의 중심축인 Stark가의 인물들에게 애정이 실릴 수 밖에 없긴 하지만 Lannister가 인물들이 싫은 건 아니다. Jaime Lannister나 Cersei Lannister도 미워지지는 않으니 꼬인 운명에 맞서는 주인공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면서도 누구 하나 원망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그래도 Joffrey는 좀 싫다;) 그저 복잡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를 숨막히게 즐기는 수밖에.

작가는 이들 등장인물들에게 각각의 운명을 미리 부여해놓았겠지만 이들 등장인물들에게 만큼이나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건 안개속 정국이다. 특히나 중심인물들은 가혹하게도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탓에 이들은 숙고할 시간도 없이 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순간은 생명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다가오기도 하고 혼란한 정치적 상황에서 다가오기도 한다. 말로 시험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고 적을 마주하였을 때 어떤 전략과 전술을 선택해야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한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나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단기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를 예측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심인물들은 자신들의 상황판단과 가치관에 따라 결단을 내린다. 그러한 결단은 때로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들에게는 그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니 비록 안타까워 할지라도 소설 속 인물들의 선택을 잘못된 것이라거나 부주의한 것이었다고 폄하할 수는 없기에 독자는 그저 소리없이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삶의 모습이 꼭 그렇지 않은가-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과 함께.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무궁무진하게 자유로울 수 있을 것만 같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한계적인 상황들을 잘 설정해 놓았다는 점이다. 왕이라고 해서 끝없는 재화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래서 토너먼트를 열려면 누군가는 재정 문제에 골머리를 싸안아야 하고 북쪽의 벽을 지키기 위해 지원하는 사람들이 없어 비천하고 어린 아이들까지 훈련을 시켜야 한다. 휘하의 영주들이 모두 충성을 맹세하는 것은 아니니 때로는 위협으로, 때로는 술책과 협상으로 그들의 충성을 사야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설정들은 소설을 더욱 생생하게 빛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중세적인 한계만을 부여해놓은 것은 아니라서 북쪽 벽 너머의 미지의 존재들이 나오고, 드래곤이 나오고, Stark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direwolves들이 나오며, 신비한 힘을 지닌 마녀/마법사가 등장한다. 중세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판타지적인 상상력들도 그에 잘 어우러져 소설을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여기까지가 대충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고 좀더 개인적인 감상을 털어놓아 보자면 가혹한 운명의 시련을 겪는 주인공들이 너무 어려서 참으로 마음이 안타깝다. 물론 대하 장편 서사시가 될터이니 1부에서 어려야 앞으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나가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맛이 나겠지만 애들이 10세 이하에서 많아야 15세 전후이니 현대적인 나이 감각으로 볼 때 얘들은 너무 어리다. 온갖 시련을 겪는 Arya도 10살이 안되고 가끔 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하고 목을 흔들어주고 싶은 Sansa도 나이를 생각해보면 한숨만 나오고 북부의 왕으로 등극한 Robb도 너무 어리고 의젓해서 어리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Jon도 그렇다. (Bran이나 Rickon은 그냥 봐도 어린 것 같으니 별로 위화감이 안 생기지만은.)

어쨌든 이제 1부에서는 중요 인물들이 다 등장하고 앞으로 전개될 발판을 다 다져놨다고 할 수 있을텐데 7왕국 시대로 돌아가 본격적인 충돌이 벌어질 2부가 기대된다. 1부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불씨들이 어떤식으로 모습을 드러낼지도 궁금하고.
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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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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