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 대회에 나갔고 하프 마라톤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별로 특기할 사항은 없는 달.
Posted by Adella
그림자 자국 상세보기

출간된지 1년이 넘었는데 출간 소식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워낙 오래전에 읽어서 드래곤 라자의 세세한 내용은 기억도 안나는데 드래곤 라자의 후편이라고 하니 좀 걱정이 되었으나 이 책은 드래곤 라자와 별개의 독립적 작품으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예언자이다. 천 년에 한 명 나올만한 뛰어난 예언자인 그는 예언은 폭력이라고 믿고 (원치 않게 읽으려던 소설의 결말을 알게 되어버렸을 때를 생각해보라.) 예언하기를 거부하지만 세상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기필코 숨겨야 할 비밀이 있는 드래곤들은 그가 예언하는 것을 막으려하고 전쟁에서 패한 바이서스 왕국의 왕비는 그의 예언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예언자는 결국 예언을 하고 드래곤들이 숨기려했던 비밀은 드러난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진다.

예언은 얼핏 단순하고 명확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들은 정해진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예언은 결국 실현된다. 이러한 고대 신화적 주제를 이영도는 이 책에서 풀어낸다. 그리스 신화에서 무수히 증명되었듯 이 책에서도 인간은 미래를 바꾸지 못한다. 이들은 미래를 바꾸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오히려 의도와는 반대로 차근차근 예언을 실현해나갈 뿐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모든 것은 결정된 것인가. 우리는 그저 운명의 꼭두각시일 뿐인가. 왕지네는 묻는다. "피할 수 없었어? 바꿀 수 없었어? 모든 건 다 결정되어 있는 거야?" 그 질문에 대해 예언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왕비는 왕의 죽음 때문에 슬퍼서 죽은 것이 아니야. 시간의 장인들은 통속적이야.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지. 그건 가지치기인지도 몰라. 적당히 솎아주지 않으면 과일이 너무 많이 열려서 나무에 해가 가지." 모든 디테일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면, '시간의 장인'들이 큰 이야기 흐름에만 관심 있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가지치기 정도 수준의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순간순간의 인간의 선택은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예언자와 달리 인간은 미래를 모른다. 이루릴은 말한다. "나는 예언자가 아니에요. 펫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루릴은 선택한다. '어느 쪽을?' 왕비를 막기보다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일페사스를 구하는 쪽을.

존재를 지워버리는 그림자 지우개의 위력은 가공할만하지만 그림자 지우개의 의미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할 것 같다. 프로타이스가 돌아오려고 하는 바람에 그림자 지우개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사용되고 그 때마다 다른 사건이 전개된다. 한 존재의 유무는 무의미하지 않다.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든 '시간의 장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예언과 왕자는 남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어떤 존재의 유무에 따라 이야기의 진행방향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미래는 여전히 오픈북인 셈이다.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정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바꿀 수 없었던 예언자지만 그도 '시간의 장인'들이 안배해놓은 것, 예언과 왕자, 이외에 한가지를 더 남겨두고 사라진다. 존재는 사라지지만 그의 부탁은 남고 인간은 드래곤 레이디가 정해놓은 무시무시한 운명을 비켜나갈 수 있게 된다. 이 결말은 꽤 감동적이었다.

인터넷에서 이 책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황금가지에서 편집과정에서 삭제한 부분을 공개해 놓았다. (여기) 전체적으로는 삭제한 것이 나은데 어떤 부분은 삭제하지 않았으면 이야기가 더 명료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었다. (평행우주를 만들어버리는 그림자 지우개 덕택에 후반부의 이야기는 잘 따라가지 않으면 꽤 혼란스럽다.) 이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책 앞부분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일러두기를 유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이영도의 글솜씨는 원숙해지고 그래서 독자는 그저 즐겁고 행복할 따름이다.

(오랜만에 이영도에 대해 검색해보다가 2009년도에 나온 에소릴의 드래곤이라는 단편 소설도 발견했는데 경쾌하고 발랄한게 그의 작품답다.)

Posted by Adella
연휴를 맞이하여 집에서 편안하게 뒹굴거리다가 집에 굴러다니는 이 책을 발견했다. 서른의 당신에게라니, 이제 서른도 몇 년 남지 않은 입장에서 솔깃해지는 제목 아닌가. 평소 에세이를 즐겨 읽지는 않지만, 연휴니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마치 블로그의 글을 읽는 것과 같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제외하자면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도 없는데 그게 마치 블로그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자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수다글, 영화나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글, 자기 일에 대한 글 등이 뒤섞여 있었다. 어떤 글들은 그저 그랬고 어떤 글들은 찡하기도 했고, 어떤 글들은 흥미진진했다. (주로 일 관련 글들이 재미있었다.) 마치 블로그의 글을 죽 읽어나가다보면 그 블로거에 대해 조금씩 알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모든 글이 재밌고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솔직하게 풀어놓은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는 것 이외에는 잘 몰랐던 저자의 삶의 단면이 조금씩 보이는 듯 했다.
이 책을 위해 쓴 글도 있고 저자가 다른 곳에서 쓴 글도 있었는데 그래서 에세이집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글도 포함되어서 좀 아쉬웠다. 그리고 서른의 당신에게라는 제목은 책 내용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속은 기분이었다. 허스토리에 실은 <나의 서른과 당신의 서른>이라는 짧은 글에서 나온 제목인 것 같은데 이 글 자체도 매우 짧고 그다지 인상적인 글도 아니라 표제글도 삼기엔 부족해 보이고 전체 글의 테마도 서른의 당신에게 보내는 인생철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저자인만큼 이렇게 어수선한 에세이 글이 아니라 좀 더 탄탄하게 기획해서 공들인 책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글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필력이 만만찮아 보이니 더 아쉽다.
Posted by Adella

2009. 12. 13. 13:26 달리기

5K 대회

달리기 시작한지 이제 1년 좀 넘었는데 5K 대회는 처음이다. 처음 나간 대회가 10K였고 그 후 하프 마라톤 대회 두 번, 10K 대회 한 번 더 나갔으니 이상하게 초보 주제 장거리 대회만 달린 것.
몇 주 전 하프 마라톤을 달린 기세였다면 5K 대회쯤이야, 하겠지만 최근 10여일간 일에 치여 전혀 달리기를 못했던터라 별로 좋은 기록이 나올거라는 기대는 안했다. 더군다나 친구는 시작한지 얼마 안 있어 저 멀리 사라져 버리고 며칠 달리기를 쉰 결과를 온몸으로 느끼고 달리기를 소홀히한 나 자신이 원망하며 힘겹게 달렸다. 그랬는데 뜻밖에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29분 39초. 그리고 내 나이 그룹 여성 42명 중 15등. (저 멀리 사라진 내 친구는 6등이었다.)
달리기 대회는 확실히 중독성이 있다. 자기 기록과의 싸움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재미도 있다. 마치 게임과도 같지 않은가. 달리기를 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세계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져 로컬한 대회에 나가면 아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일년 내내 달리기 대회 계획짜는 애들이 낯설어 보이던게 엊그제 같은데 나도 이 세계에 완전 동화되버렸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달리기 선수들도 눈 여겨보고 팬이 된다거나 하는거 아냐;; (내 친구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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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della
하프마라톤을 달린 것을 제외하면 쉬엄쉬엄 달린 달이다. 대회 바로 전주는 무리하면 안되니까 쉬엄쉬엄, 대회 끝나고 한주 휴식, 하프 마라톤 끝나고 다음 대회까진 여유가 있으니 또 가볍게 트레이닝. 한 보름 있으면 또 그 다음 대회를 위한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니 1년 단위로 스케줄을 세우게 된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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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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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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