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6. 10:27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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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26 2009년 달리기 결산 4
- 2010.01.12 gym에 등록하다
- 2010.01.11 에밀 졸라, 목로주점 (L'Assommoir) (1877) 2
- 2010.01.02 우디 앨런, 애니 홀 (1977) 6
- 2010.01.02 이지민,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2000)
3월에 열리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 등록해서 열심히 트레이닝 하는 중인데 12월 말부터 날씨가 무척 추워졌다. 날씨는 춥고, 일은 너무 바빠서 정시에 퇴근하는 일이 거의 없고, 겨울이라 해는 짧아 퇴근할 때면 깜깜한 밤이 되어버리니 밖에 나가서 달리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결국 gym에 등록했다. 트레이드밀 위에서 달리는 걸 꽤 지겨워하기 때문에 gym을 기피했지만 그래도 달리기를 못하는 것보다야 gym에서라도 달리는 게 나으니 뭐. 제일 좋은 건 내가 일하는 빌딩 안에도 지점이 있다는 것. 빌딩 안에 있으니 규모는 다른 곳보다 작은 편이라 다양한 기구나 클래스도 없지만 필수적인 시설은 다 갖춰져 있다. 바쁘고 트레이드밀만 이용할 때는 이곳을 이용한다. 시간이 넉넉하고 다른 클래스도 듣고 싶을 때는 집 근처에 있는 큰 시설을 이용하고. 덕분에 하프마라톤 트레이닝 스케줄을 빼먹지 않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주중에는 gym에서 운동하고 주말에 장거리를 달릴 때는 밖에서 달린다. 지겨운 트레이드밀에서 몇 번 달리고 나니 단조로운 경관이 이어지는 동네에서 달리는 것도 매우 즐겁게 느껴진다. 일단 날씨가 따뜻해지기 전까진 계속 gym을 이용할 것 같다.
2010. 1. 11. 09:39 책/픽션
에밀 졸라, 목로주점 (L'Assommoir) (1877)
전에 읽었던 Au Bonheur des Dames와 함께 루공 마카르 총서에 속하는 책. 이 책은 파리 하층 노동계급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제르베즈는 동거인인 랑티에와 아들 둘과 함께 파리로 올라와 조그만 호텔방에서 산다. 그녀는 열심히 돈을 모아 자기집에서 사는 것이 꿈이지만 무책임한 랑티에는 가져온 돈을 다 탕진하고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가 버린다. 그 이후 열심히 일해 아들들과 소박한 삶을 꾸려나가던 제르베즈는 지붕 고치는 일을 하는 쿠포의 끈질긴 구애에 못이겨 그와 결혼을 한다. 술꾼이었던 아버지에게 질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은 근면한 쿠포와 제르베즈는 열심히 돈을 모은다. 그리하여 그녀의 소망은 거의 실현될 뻔 하였으나 쿠포가 사고로 지붕에서 떨어진 이후 모든 것은 변한다. 쿠포가 술에 손을 대기 시작한 후 그녀의 삶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서서히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된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사는 협소한 주거 공간, 남성 노동자들이 애용하는 주점, 고용주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 기계로 일이 대체되면서 임금 삭감을 겪는 노동자들의 불만과 불안, 알콜 중독과 가정 폭력, 노동계급의 결혼 예식, 노동계급의 정치 의식, 문화 생활, 알콜중독과 정신병원, 연애, 외도 등 이 책은 제르베즈의 삶을 따라 가면서 생생하게 파리 하층계급의 생활상을 그려낸다. 이 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온갖 부도덕한 행동들이 묘사되지만 작가는 도덕적 판단은 배제한 채 이들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오류투성이지만 에밀 졸라가 그려내는 이들 등장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
에밀 졸라의 걸작품으로 손꼽힐만한 책. 이 다음으로는 제르베즈의 아들 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나와 제르미날을 읽을 계획이다.
2010. 1. 2. 07:08 영상물
우디 앨런, 애니 홀 (1977)
2010. 1. 2. 06:42 책/픽션
이지민,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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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 경성, 망하지도 죽지도 않고 사는 남자 이해명의 구질구질하고 판타스틱한 연애담. 경성의 땅부자인 아버지가 총독부에 땅을 자진 납부하고 총독부에 줄을 댄 덕에 총독부에 자리를 얻어 평온한 삶을 살아가던 이해명은 도망간 여자 친구 조난실 -- 평범한 모던걸인 줄만 알았으니 알고 보니 과격파 독립운동가 -- 을 쫓다가 그녀가 살고 있는 세계를 엿보게 된다. 물론 이해명은 조난실이 살고 있는 세계에는 관심 없다. 그저 자신이 그녀를 용서해주기로 결심했는데도 자신을 자꾸만 내치는 조난실에게만 관심 있을 뿐. 그녀의 냉대 혹은 애원에도 불구하고 구질구질하게 그녀를 따라다니다가 길거리에서 그녀와 난투극까지 벌이는 이해명은 진짜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되길 원하고 마지막에는 거의 성공할 뻔 했으나 (이 장면은 소설의 백미) 이 철없는 낭만주의자가 무시무시한 조난실의 세계의 히어로가 될 수 있을 리 있나. 약간의 반전이 가미된 채 이야기는 경쾌발랄하게 막을 내린다. 일제 시대와 같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이해명의 대답은 그렇다, 이다.
재치 넘치는 문장,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재미있고 톡톡 튀는 캐릭터들로 무장된 이 소설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로서 이지민은 나의 마음에 드는 작가 리스트에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