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4. 07:25 책/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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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24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The Fates of Human Societies) (1997) 5
- 2009.03.16 닐 게이먼, 신들의 전쟁 (American Gods) (2001) 2
- 2009.03.16 마거릿 애트우드, 고양이 눈 (Cat's Eyes) (1998) 2
- 2009.02.09 Tony Horwitz, Confederates in the Attic - Dispatches from the Unfinished Civil War (1998) 2
- 2009.02.05 마거릿 애트우드, Negotiating with the dead (2002) 2
2009. 3. 16. 03:30 책/픽션
닐 게이먼, 신들의 전쟁 (American Gods) (2001)
<신들의 전쟁>에서 그려지는 신들은 고대 신화의 신들처럼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느끼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를 좋아하고 다른 신들과 경쟁하고 질투하며 자신의 추종자들만 편애하는 신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것은 현대적으로 해석된 고대 신화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이용하는 소설적 장치들은 기독교의 이야기와 상징들을 이용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실한 기독교인이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이단적 사상이 다 있나 하고 펄펄 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작가 역시 후기에서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를 언급한다. 젤라즈니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의 다양한 신화나 종교에 관심이 많다면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09. 3. 16. 03:00 책/픽션
마거릿 애트우드, 고양이 눈 (Cat's Eyes) (1998)
일단 주인공 엘레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애트우드의 Negotiating with the Dead에서 읽은 애트우드 자신의 어린시절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엘레인과 애트우드의 아버지는 곤충학자이고, 둘 다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도시가 아닌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둘 모두 오빠와 많은 것을 공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자라서 엘레인은 페미니즘 화가로 이름을 날리는데 엘레인은 자신이 살면서 만난 사람들 - 몹시나 미워했던 어린 시절 친구의 어머니, 애증의 관계의 친구, 전통적인 가정 주부상을 벗어난 자신의 어머니, 존경하고 사랑한 오빠 - 을 그리는데 그녀의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작품들은 비평가들에게 의미심장한 여성주의적 작품들로 읽힌다. 이러한 엘레인의 경험은 애트우드 자신의 경험의 반영인걸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게 애트우드의 작품들 역시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분석되고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애트우드는 자신의 작품들에 대한 비평들을 보면서 소설의 엘레인처럼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이 부분의 이야기는 매우 유쾌했다. 가령 소설에서 엘레인은 사고로 죽은 오빠를 애도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데 비평가들은 그 그림에서 남성성의 유치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읽어 낸다. 또 복수라도 하듯 친구 어머니의 적나라하며 아름답지 않은 누드를 연작으로 그려내는데 비평가들은 거기서 기성 남성 작가들이 여성의 육체를 그려내는 방식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작품으로 읽어낸다.
이 부분은 읽으면서 그렇다면 페미니스트 작가들로 분류되는 작가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순전히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가 라고 한다면 애트우드가 그런 의도로 이 부분을 서술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여성 작가가 여성의 시각으로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리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이 자전적인 글이 아닐까 하고 의심한 다른 이유는 엘레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세밀하고 생생해서이다. 이 소설에서 이미 성공한 화가인 엘레인은 회고전을 위해 어린 시절을 보낸 토론토로 돌아오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이 시절 기억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어느 정도 극화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가정해도 실제로 이런 비슷한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묘사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어릴 때 엘레인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여자 아이들의 공동체에서 이런 경험은 보편적이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애트우드 역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하더라도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닐테고. 물론 그런 보편적인 경험을 글로 써내는 것은 애트우드와 같은 작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이것이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가정한다면 특히 여성 독자들은 애트우드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할 것 같다. 그런 것이 작가의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개별적인 고통을 겪는 개인들에게 그 경험의 보편성을 일깨워주고 그를 통해 삶의 단면의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것.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그 당시 왜 내가 그런 일을 겪게 되었는지 어째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작가는 그리 흔치 않다고 생각하고 그게 내가 애트우드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2009. 2. 9. 12:57 책/논픽션
Tony Horwitz, Confederates in the Attic - Dispatches from the Unfinished Civil War (1998)
2009. 2. 5. 13:40 책/논픽션
마거릿 애트우드, Negotiating with the dead (2002)
이 책은 애트우드가 캠브리지 대학에서 작가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책은 주제별로 여섯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Orientation: Who do you think you are? – what is a “writer,” and how did I become one?
이 챕터에서 애트우드는 그녀 자신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그녀가 어렸을 때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주던 사람은 그녀의 오빠였고 점차 시간이 갈수록 그녀 역시 이야기에 참여하게 된다. 7살 때 처음으로 연극을 썼으나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다. 소설도 썼지만 첫 장면을 넘어가지 못했다. 10살 때 그녀는 에드가 앨런 포의 전작품을 읽고, 고등학교에 진학을 한다. 이 시기에 성교육은 전무했지만 그녀는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독서를 통해 삶의 부도덕한 측면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녀 주위에 작가는 한 명도 없었고 식민지 멘탈리티에 젖어 있던 캐나다에 캐나다 작가란 생소한 개념이었다. 작가는 영국 그리고 유럽 대륙에 있는 존재였다. 이런 환경에서 그녀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 그녀는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어느날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녀는 예술가 그룹에 들어 사람들과 어울리며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의 세계를 엿보게 되고, 처음 문학 잡지에 등단하면서 작가가 되기 전의 그녀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작가의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2. Duplicity: the jekyll hand, the hyde hand, and the slippery double – Why there are always two
애트우드는 이 챕터에서 작가 내부에 있는 충돌하는 두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을 쓰는 작가라는 정체성과 일상을 살아가는 자연인의 정체성은 분리되어 있는가? 애트우드는 보르헤스 등을 인용하면서 정해진 수명을 가지고 있고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며 살아가는 나와 글을 쓰고 그리하여 영원히 불멸하는 작가인 나로 분리되는 작가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3. Dedication: The Great God Pen – Apollo v. Mammon: at whose altar should the writer worship?
흔히들 예술가는 예술의 세계에 헌신하는 사제들이라고 말한다. 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는 예술이라는 신을 경배하는 사제이므로 개인적 삶을 희생하고 온전히 오롯이 오직 예술을 위해 자신을 바쳐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렇지만 작가도 피와 살로 구성된 사람이다. 사람은 먹어야 하고 그러므로 돈이 필요하다. 작가가 부딪치는 이 딜레마에 대해 이 챕터는 재미있게 서술한다.
4. Temptation: Prospero, the Wizard of Oz, Mephisto & Co. – Who waves the wand, pulls the strings, or signs the Devil’s book?
작가는 예술 그 자체를 위한 글을 써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에 의미 있는 글을 써야 하는가? 만약 작가가 후자의 견해에 따라 글을 쓴다면, 그리고 그가 글을 잘써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는 어떻게 그 영향력을 행사하여야 하는가? 여기서 애트우드는 문학 작품들에 등장하는 세 명의 마법사들을 통해 능력 있는 작가가 빠질 수 있는 유혹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5. Communion: Nobody to Nobody – The eternal triangle: the writer, the reader, an the book as go-between
이 챕터는 작가와 독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누가 내 책을 읽을 것인가? 독자를 상정하지 않는다면 글을 쓸 의미가 없다. 누군가 읽는다고 가정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수고를 들여 글로 남길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챕터 1부터 5까지 읽으면서 이 챕터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첫번째부터 네번째 챕터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다섯번째 챕터는 나와 관련된 이야기라서 그럴 것이다. 작가는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트우드는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빌려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만의 답을 내어 놓는데, 이 부분은 직접 읽어봐야 된다. 애트우드는 자신의 작품의 첫번째 독자였던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작가는 진짜 사람, 단수이며 구체적인 인물을 위해 글을 써야 한다고. 이 결론을 읽자 커트 보네거트의 단편 소설 쓰기 8가지 법칙이 생각났다. 그 리스트에서 보네거트 역시 이렇게 말했다: “일곱번째. 단 한명만을 기쁘게 하기 위해 글을 써라. 만약, 이를테면, 당신이 창문을 열어 세계를 사랑하려 든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폐렴에 걸릴 것이다.”
6. Descent: Negotiating with the dead – Who makes the trip to the Underworld, and why?
이 챕터의 제목이 이 책 전체의 제목이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챕터. 애트우드는 이 챕터에서 작가의 글쓰기를 이렇게 비유한다. 작가는 죽은 이들의 세계로 가서 그들과 협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들고 살아 있는 이들의 세계로 다시 돌아와 그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 이러한 비유를 위해 애트우드는 죽음, 죽음과 산자의 세계 사이의 메신저와 관련된 신화들을 불러들인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어디선가 이런 식으로 신화를 해석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라고 곰곰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애트우드가 마지막에 인용하는 저자가 치즈와 구더기의 저자 카를로 진즈버그이다. 이 인용글을 보고 나니 대학교 때 서양사 수업 시간에 진즈버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읽었던 교재가 진즈버그의 The Night Battles 였던 걸로 기억나는데 이 수업에서 신화와 죽음과 관련된 글을 꽤 읽었던 것 같다. 어쨌든 애트우드는 이 신화들과 작가의 역할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 나간다. 나는 보너스로 대학 때 미시사 공부했던 걸 다시 떠올릴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이다. 그 때 The Night Battles의 일부 챕터들만 읽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진즈버그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역사가라서 그의 책들은 정말 재미있다.
마지막에 이야기가 좀 샜는데 애트우드의 이 책은 꽤 재미있었다. 다만 책으로 읽는 것보다 실제로 강의를 들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애트우드가 이 책을 실제 강의를 하듯 서술해서 더 그런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애트우드가 이 책에서 인용하는 다양한 저작들에 대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 내가 아는 작품들에 대해 언급한 것도 있었지만 안 읽어봤거나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작가 얘기를 지나가면서 해버리면 나로서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어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조금 반감된 것 같다. 그 자신이 작가라면 더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